'3연임' 영광과 상처…윤종규 vs 61년생 3인방, 변수는?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이학렬 기자 2020.0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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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윤종규의 도전(下)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 출사표를 냈다. 그와 경합하는 후보자 명단도 추려졌다. 노동조합이 반대하지만 금융권은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는 곧 지난 6년간의 성과와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의미다. 결과는 오는 16일 나온다.

금융지주 3연임 선배들의 '영광과 상처'
'3연임' 영광과 상처…윤종규 vs 61년생 3인방, 변수는?


'3연임' 영광과 상처…윤종규 vs 61년생 3인방, 변수는?
120여년 국내 은행 역사상 3연임 이상 기록을 갖고 있는 금융그룹 회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 등 3명뿐이다. 지금의 대형 금융그룹 구도가 갖춰진 지 20여년이 채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이면에는 정상 자리를 둘러싼 내외부의 치열한 다툼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에게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모두 현대식 은행의 기틀을 다진 주역들이다. 일부에서는 정권과의 유착, 배임·횡령 등 부정적 수식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 권력의 속성이다.

금융그룹 최초 3연임 시대를 연 이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2007년 일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게 2011년이니 그보다 4년 앞선다. 라 전 회장은 2010년 초 4연임에 성공했지만 신상훈 전 지주사 사장과 갈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그 해 말 퇴진, '미완의 4연임'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라 전 회장은 한국 금융사의 산증인이었다. 선린상고 졸업 후 1959년 농업은행에 입행, 대구은행과 제일투자금융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1991년 신한은행장 자리에 오른 뒤 행장 3연임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지주사 초대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10년간 라응찬 시대를 이끌었다.

불친절과 리베이트의 온상이던 은행 문화를 무너뜨린 주역이다. 신한은행이 1등으로 올라서는 기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솥밥을 먹던 신상훈 지주사 사장과 불화가 퇴진의 발단이 됐다. 암투는 차명계좌와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으로 발전했다. 신 사장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기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예고하고 나서야 라 회장이 옷을 벗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승부사'로 통했다. 1997년부터 2012년 3월까지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을 지내는 동안 충청은행(1998년)과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외환은행(2012년) 등 시중은행 4곳을 인수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오늘날 하나금융을 '빅4' 중 한 곳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용퇴' 이후가 문제였다. 2014년 저축은행 투자 손실을 이유로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중징계, 김승유 전 회장이 경고 조치 됐다. 김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게 발단이 돼 김종준 행장이 대리 징계를 받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후임인 김정태 현 회장 체제에 들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김정태 회장과 갈등하기도 했다. 2014년 3월 하나금융 고문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분란은 이어졌다.

2018년 3월 시작된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12년 회장에 취임해 하나은행과 화학적 결합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3연임 과정은 험난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반대에도 연임이 이뤄졌다. 최종구 전 위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과 고려대 동문, 최흥식 전 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 시절 하나금융 사장이었다. 최흥식 전 원장의 경우 김승유 전 회장이 고문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교체되고 금감원장 재직 중에는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낙마했다.

이렇듯 '3연임' 주역들에게 영광만큼이나 고통, 논란이 많았다. 대부분 내외부 권력 다툼이었다. 3연임을 노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만큼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시각이다.

옛 경영진과 갈등은 물론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안팎으로 잡음이 없다. 그 흔한 금융상품 사고조차 없어 금융당국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도 않았다. 2분기 실적기준 금융그룹 1등 자리를 회복한 것도 힘을 실어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계속될수록 권력 암투가 심해지고 조직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이 잦았지만 KB는 예외의 길을 걷고 있다"며 "전반적인 관리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우리도 있다", 포스트 윤종규 노리는 3인방
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사진제공=각사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사진제공=각사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후보인 가운데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 차기 회장 숏리스트(최종 후보자군)에 이름을 올렸다. 윤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1961년생이며 정통 은행맨들이다. 이들 간의 4파전이 16일까지 벌어진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해 1999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된 이후 지점장을 거쳐 △여신심사본부 상무 △CFO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2017년 11월 윤종규 회장이 3년간 겸직했던 국민은행장 자리를 물려받는 등 윤 회장 ‘복심’으로 통한다.

KB금융을 리딩그룹으로 이끈 실적은 상당 부분 주력인 KB국민은행의 실적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이 경쟁 은행들과 달리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비껴가면서 허 행장의 리스크 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성과를 내되 성과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정도를 걸었다는 게 검증되는 셈이다. 당장 지주 회장이 되지 않아도 10월에 은행장 연임 카드가 살아 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는 1990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 미국 로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04년에는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뉴욕지점장 △전략기획부장 △지주사 전략기획부장(상무 ) △지주사 전략총괄(CSO) 부사장 △KB국민카드 대표 등을 역임했다.

경력에서 드러나듯 ‘전략통’이다. 지주사 전무 시절인 2016년에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통합추진단장을 맡아 M&A(인수합병)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이때 공로를 인정받아 지주사 전략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은행에서 영업이나 여신관리 등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핸디캡일 수 있다.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내부에선 ‘성골 중의 성골’로 통했다. 하나금융그룹 초기 경영관리팀장을 맡았으며 △뉴욕지점장, △지주사 설립기획단 팀장 △하나금융지주 CFO(재무담당 임원) △하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지냈다.

지주사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외환은행 인수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러나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한계였다. 2015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했지만 지주 부회장직을 끝으로 물러났다. 은행권 특유의 ‘순혈주의’를 돌파해야 하는 게 과제다.

은행권에서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해 4인 경합을 ‘윤종규 vs 61년생’ ‘KB맨 vs 외부’ ‘기획/전략통들의 대결’ 등으로 묘사한다. 대부분 후보들이 교집합에 들어가는 동시에 일부에선 제외되기도 한다.

이 구도의 이면에는 ‘윤종규’라는 대세가 자리 잡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각각의 역량을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며 “외부의 돌발 변수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3연임에 제동? 당국은 '의도적 무관심'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등 민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 교체 시즌이 도래했지만 금융당국의 관심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의도적 무관심’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지주회장 임기가 9년(임기 3년에 3연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고 말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임기에 대해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걸 존중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셀프연임’ 등은 자체적인 내규나 사회감시를 통해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언급했다.

금융위는 20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회장 등 임원 선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이 담겨 있다. 회장을 포함한 임추위 임원은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회장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추위에 참석하지 못한다. ‘회장-사외이사-회장’으로 연결되는 ‘셀프연임’ 고리를 차단한 것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회사가 차기 회장을 선정할 때 회추위 위원들과 별도로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KB금융의 경우 아직까지 면담 계획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KB금융 차기 후보군 가운데 법률적 리스크를 가진 후보가 없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책경고, 유죄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며 “그런 우려가 없다면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두고 금융권 내 잡음이 일었던 2017~2018년 이후 시장 자정 능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미 금융회사들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담긴 ‘셀프연임’을 막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조치도 취했다.

예컨대 KB금융은 2015년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도입한 데이어 일찌감치 회추위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뺐다. 또 BNK금융은 회장의 연임 횟수를 한차례로 제한했고 신한금융은 회장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거물급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했다.

이는 제왕적 CEO가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원맨뱅크’에 대해 경계하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이후 시장 자체적으로 견제장치가 생겼다”며 “자율성이 높아진 만큼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도 조금씩 커지고 있고 그런 제도와 운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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