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해왔는데…" 나가라는 서울시, 갈곳 없는 삼표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0.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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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잘해왔는데…" 나가라는 서울시, 갈곳 없는 삼표


삼표그룹이 서울시의 '서울숲 조성·확대' 사업에 따라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를 떠나야 하지만 새 보금자리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자체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걸 꺼려하는 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부지 물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2022년 6월까지 성수동 공장을 이전·철거를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이전 계획이 잡히지 않아 추후 경영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2만7828㎡ 규모의 삼표 레미콘 공장 용지를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바꾸는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서울시의회 의견청취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시관리계획안 변경안'을 상정해 이 안건이 통과되면 연내 도시공원 결정이 고시된다. 고시 즉시 공원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된다. 사실상 이때부터 본격적인 레미콘 공장 이전·철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성동구는 2017년 땅 주인인 현대제철, 건물주(지상권자)인 삼표산업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체결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삼표는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삼표 측은 서울과 경기 등 70곳의 대체 부지를 물색했지만, 해당 지자체에서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걸 꺼려 새 보금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대규모 대체부지를 찾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나 레미콘 공장 설립에 대한 기피 현상이 있어 공장 이전 대체지 확보에 지자체의 전향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표가 성수동 공장 이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버티기 전략'을 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수동 공장을 철수할 경우 삼표는 당장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2023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신사옥 GBC 공사를 두고 레미콘업계 특수가 예상되는 만큼 성수공장을 철수해야 하는 삼표로서는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토지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삼표가 서울시내에 적절한 대체부지를 찾는 것과 그 비용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서울·경기권에 예상되는 건설·재건축 사업이 많아 향후 10년간 레미콘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삼표가 성수공장의 대체부지를 '서울시내'에 마련해주지 않으면 어떻게든 버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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