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때보다 심하다…'코로나 한파'에 텅 빈 여행곳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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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관광수입, 2003년 사스 이후 최저…궤멸적 타격에 여행 생태계 붕괴 위기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여행절벽'으로 올해 2분기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1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채워지던 여행곳간이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로 바닥이 드러났다. 산업 생태계가 허물어지며 업계 종사자들도 오갈 데 없이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8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운영하는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관광수입은 11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1억1400만 달러를 벌어들인 2003년 2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사스 이후 코로나 쓰나미
타격은 올해가 훨씬 강해
'사스'때보다 심하다…'코로나 한파'에 텅 빈 여행곳간
관광수지가 바닥을 친 올해와 2003년은 공통점이 있다. 두 해 모두 예기치 못한 악재에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2003년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며 상승가도를 달리던 인·아웃바운드 여행이 위축됐다. 코로나19가 나타난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2003년 저점을 찍은 뒤 관광수지는 거듭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 △동일본대지진(2011)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2017) △NO재팬(2019~)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여행산업을 덮친 악재가 적지 않았음에도 지속 관광수입이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제·정치·재해 이슈는 버텨냈어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감염병 리스크에 재차 고꾸라진 것이다.



문제는 업계 전후 맥락을 고려한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사스 당시보다 올해가 훨씬 심각하단 것이다. 2003년은 '해외여행'이란 개념이 갓 정립된 시기로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다. 실제 2001~2006년 우리나라 연 관광수입은 60억 달러 안팎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사스 여파도 다소 제한적이었다. 2003년 총 관광수입은 53억39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7%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막대한 타격은 아닌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해 2분기 관광수입은 전년 동기(약 56억 달러)와 비교하면 78.6%나 급감했다. 2019년 4월 기록한 관광수입이 20억 달러인데, 올해는 작년 4월 한 달에 벌어들인 수입의 절반을 겨우 채운 정도다.

관광시장 자체가 20여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총 관광수입이 215억 달러를 돌파, 한 분기에 2003년 한 해 관광수입을 벌어들일 만큼 성장했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며, 관련 사업들도 다각화됐고 종사자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여년 전과 비슷한 수입에 그칠 정도로 업황이 어려워지니 불황을 체감하는 정도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대형여행사도 쓰러지기 일보직전
여행人, "갈 곳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탄력근무로 인해 서울 종로구의 한 여행사 사무실 불이 꺼져있다. 2020.8.25/뉴스1코로나19로 인한 탄력근무로 인해 서울 종로구의 한 여행사 사무실 불이 꺼져있다. 2020.8.25/뉴스1
실제 현재 국내 여행업계는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정도의 타격을 입고 신음하고 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양대 축이 무너지며 대형 여행사마저 쓰러질 위기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여행 대장주 하나투어가 올해는 100억원도 채우지 못하며 무너졌고, 롯데관광개발과 세중은 상장사 매출 기준치를 채우지 못하며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대형 홀세일(도매) 여행사들도 버티지 못하고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이들이 내놓는 상품을 취급하는 영세 소매 여행사(대리점)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 여행사는 2만1617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600여개가 줄었다. 한 분기에 400개가 넘는 여행사가 사라진 적은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가 내년까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고용 한파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여행업계 전반이 유·무급휴직으로 '올스톱'된 상황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면 대규모 실업 쓰나미가 올 수도 있다. 현재 무급휴직에 들어간 여행업계 직원들은 남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취업을 알아보고 있지만 국내 산업 전반이 위기에 몰리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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