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37년차 단지가 9억"…임대차3법이 부른 '전세대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9.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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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임대차법 시행 한달 동안 서울 시내 아파트 전셋값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고 재건축 단지에서도 집주인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조건이 생겨 전세 매물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재건축을 앞둔 37년차 구축 단지 전셋값이 고가 주택 기준인 9억원 목전까지 치솟았다. 대치동을 비롯한 강남 학군지 소재 아파트 전셋값도 올랐고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강북권 중저가 지역 전셋값도 뛰었다.



강남권 구축 단지 전셋값 한달 만에 2억 이상 올라
7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조사한 결과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전용 107㎡은 7월 전세 실거래가 6억9500만원이었으나 8월엔 이보다 2억4500만원 오른 8억95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이 단지는 1983년 준공돼 재건축을 추진할 정도로 노후화됐다. 하지만 학원가와 가까운 데다 일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맞물려 가격이 대폭 뛴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 전용 131㎡ 전셋값도 한달 만에 7억5000만원에서 9억8000만원으로 2억3000만원 올랐고,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 전용 114㎡ 전세도 지난달 8억50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돼 한달 전보다 시세가 2억2000만원 뛰었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단지인 위례2차아이파크 전용 108㎡(8억)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 전용 60㎡(4억7000만원) 전셋값도 한달 전보다 1억9000만원 상승했다. 준공 연한이나 가격대와 상관없이 전셋값이 상승한 것이다.

7월, 8월 시내 주요 단지 전셋값 변화. /자료제공=직방(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활용)7월, 8월 시내 주요 단지 전셋값 변화. /자료제공=직방(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활용)

학원 수요가 많은 대치동 아파트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대치아이파크 전용 119㎡ 전셋값은 7월 18억원에서 8월 19억5000만원으로, 래미안대치하이스턴 전용 110㎡ 전셋값은 7월 16억원에서 8월 17억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은마와 개포우성1차 등 노후 단지 전셋값도 한달 만에 5000만원 가량 더 올랐다.

반포자이 전용 132㎡는 7월 19억원에서 8월 21억원으로 한달 만에 전세가격이 2억원 상승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5㎡ 전셋값은 같은 기간 15억5000만원에서 17억원으로 1억5000만원 올랐다.

반면 일대 전용 60㎡ 이하 소형 면적은 전세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는 다수의 매물이 '반전세'로 전환된 까닭으로 분석됐다. 보증금은 1억~2억원 가량 내렸지만 월세를 50만~100만원 내야해서 세입자의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금관구(금천·관악·구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외곽지역 아파트 전세가격도 오름세다. 관악파크푸르지오 전용 85㎡ 전세가격은 7월 4억5000만원에 8월 6억원으로 1억5000만원 올랐다. 상계동 비콘드림힐 전용 85㎡ 전셋값도 3억5000만원에 1억5000만원 오른 5억원에 8월 전세계약을 맺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도 전셋값이 7월 대비 8월에 올랐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60㎡ 전셋값은 7월 5억7750만원에서 8월 7억원으로 1억2250만원 올랐다. 상암동 휴먼시아1단지 전용 85㎡ 전셋값도 5억5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1억원 올랐다.

임대차3법 등 규제 영향…직방 "2012년과는 다른 임대시장 전환 예상"
이런 현상은 임대차3법 시행과 재건축 조합원 분양 요건 변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하면 최대 4년간 거주할 권리가 주어지고 덧붙여 전월세상한제를 통해 종전 보증금에서 최대 5% 이내로 올릴 수 있는 가격억제책으로 임대인 입장에서 재산권 제약을 받게 됐다"며 "이에 신규 임차인과 계약이 우선시되고 종전 임차인과는 실거주 또는 직계존비속 거주 등 예외사항을 활용해 계약을 종료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 랩장은 전세시장 소멸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대출규제 상황에선 결국 전세라는 일종의 사금융을 통해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거주 안정성, 부동산 미래가치 등을 고려하면 전세시장은 축소되더라도 소멸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세난은 2012년 양상과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 랩장은 "거주요건 강화로 민간임대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며 "통상 신축 아파트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시장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거주요건을 채우려는 임대인들의 입주로 그 시장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12년과는 다른 임대시장의 대전환이 예상되므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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