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비교기업에 에스엠 빼놓은 이유...꼼수? 신의한수?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기자 2020.09.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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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IPO 위한 기업가치 5.7조원 책정
대형기획사 SM엔터 제외 '의외'...



IPO를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5조 7,569억원으로 책정됐다. 일각에서 너무 고평가 됐다는 지적과 따상(상장일 시초가 2배 형성 후 상한가)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빅히트 몸값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에서 '에스엠(SM엔터)'이 빠져 눈길을 끌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에스엠을 비교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결과적으로 빅히트는 '조 단위' 기업가치 증가 효과를 냈다.

빅히트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은 JYP(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엔터), YG PLUS(와이지플러스), NAVER(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로 최종 확정됐다.



빅히트의 기업가치 산정은 'EV/EBITDA'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 5개사 평균값이 '42.36배'로 나왔다.

빅히트는 연환산 EBITDA 1,219억원에 '42.36배'를 곱해 EV를 5조 1,623억원으로 뽑았다. 여기에 공모자금 유입액 등을 더하고 차입금 등을 뺀 뒤, 기업가치를 총 5조 7,569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에스엠'을 포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에스엠 EV/EBITDA는 '5.94배(컨센서스 기준)'에 불과하다. 에스엠이 포함됐다면 평균값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던 것.

에스엠을 포함해 비교기업을 6개사로 잡았다면 EV/EBITDA 평균은 42.36배가 아닌, 36.29배에 머물 수 있었다. 비교기업 5개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YG PLUS를 제외하고 에스엠을 포함했다면 EV/EBITDA는 30.9배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이 경우 빅히트 기업가치 평가총액은 각각 5조 167억원, 4조 3,599억원에 그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42.36배를 적용했을 때보다 각각 7,400억원, 1조 4,000억원 가까이 낮아지는 것.

빅히트 덕분에 네이버·카카오와 어깨를 나란히 한 YG PLUS는 시가총액 2,000억원대(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작은 기업이다. 연환산 EBITDA는 35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이 마지막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8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 중인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5조원대' 빅히트 기업가치 산정에 이런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정한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YG PLUS의 EV/EBITDA를 보면 이 작은 회사를 굳이 비교대상에 넣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YG PLUS의 EV/EBITDA는 '63.25배'에 이른다. 멀티플 평균값을 크게 높여준 것. 비교기업 EV/EBITDA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 아닌, 단순 평균으로 반영됐다. 그래서 시총 50조원을 넘는 네이버의 33.26배, 시총 30조원을 넘는 카카오의 49.37배보다 시총 2,000억원대 YG PLUS의 '63.25배'가 더욱 큰 도움을 준 셈이다.

그렇다면 빅히트는 왜 에스엠을 비교기업에서 제외했을까?

빅히트엔터와 상장주관사는 에스엠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6개월 이내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위험종목, 관리종목,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실이 있다면 비교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에스엠은 지난 5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지난 2월 발생한 일본 자회사 기업분할을 4월에 공시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스엠의 공시 규정 위반이 빅히트엔터 기업가치를 급증시켜주는(?) 결과가 됐다. 이를 두고 상장주관사들의 '신의 한수'라는 평가와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엇갈린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주관사는 국내외 대형 IB로 화려한 진용을 갖추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제이피모간(JP모간) 서울지점이 공동대표주관회사를, 미래에셋대우가 공동주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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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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