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 압구정 재건축 시계 돌렸다… 51.8억 신고가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09.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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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 압구정 재건축 시계 돌렸다… 51.8억 신고가


서울에서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재건축 속도가 '실거주 요건 강화'라는 정부 규제로 인해 빨라질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 기대감으로 호가도 오르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압구정 4·5구역 조합설립 동의율 기준 충족, 연내 설립… 3구역 등도 조합설립 가속
4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압구정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의 주택재건축사업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75%를 넘어섰다. 전체 주민수의 75%, 동별 50% 동의율을 충족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한데 이 기준을 충족하게 된 것이다. 조만간 압구정 4구역 재건축 조합 설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압구정 5구역(한양 1·2차)의 조합설립 주민 동의율도 80% 이상을 달성했다. 압구정 5구역 또한 연내 조합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밖에 압구정 3구역(구현대, 현대 1~7·10·13·14차)은 조합 설립 동의율 70% 이상을 달성했다. 압구정 2구역(신현대, 현대9·11·12차)은 동의율이 60%, 압구정 1구역(미성1·2차)은 50%를 각각 넘어섰다.



'2년 실거주해야 조합원 분양권 부여' 규제가 재건축 사업 앞당겨… 해외서도 동의서 제출
'규제의 역설' 압구정 재건축 시계 돌렸다… 51.8억 신고가
그간 압구정 아파트는 '최고' 입지지만 재건축 사업은 거의 진척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17 대책에서 2년 이상 실거주 하지 않은 경우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아파트 분양권을 받지 못하도록 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올해 조합이 설립된 경우 이 규제를 비켜갈 수 있게 되면서 꿈쩍 않던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이 움직인 것이다.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2018년 9월 12일 추진위 출범 당시 조합설립 동의율이 53% 정도였고 이후 꾸준히 설립 동의서를 받았는데 지난 7월부터 공격적으로 받기 시작했고 동의율도 급격히 올라갔다"고 말했다.


해외 거주 집주인이 많기도 해 압구정 3구역 추진위에서는 지난달 미국 8개 주와 캐나다 토론토 현지 신문에도 조합설립 동의서 제출 안내 공고를 냈고 수십장의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

호가↑·신고가 이어져… 압구정 현대1차 196㎡ 51.75억 거래, 전달比 4.75억↑
'규제의 역설' 압구정 재건축 시계 돌렸다… 51.8억 신고가
집주인들의 재건축 사업 기대감도 높아지며 압구정 아파트 호가가 오르고 실거래가 또한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압구정동 '현대1차' 196㎡(이하 전용면적)은 지난달 13일 51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달 거래된 매매가 47억원 대비 4억7500만원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 지난달 △현대7차 144㎡(40억원) △현대6차 144㎡(34억4000만원) △미성2차 140㎡(30억5000만원) △현대14차 84㎡(29억원) △한양5차 115㎡(27억8000만원) △한양3차 117㎡(27억2000만원) △미성1차 105㎡(26억5000만원) △신현대12차 107㎡(26억원) 등이 신고가를 기록하며 매매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많지 않은데 재건축 기대감으로 호가가 올랐고 가격이 너무 오르자 매수자들이 거래하려 하지 않아 거래가 거의 없다"며 "그런 가운데 집 2~3채 갖고 있던 분들이 모두 팔고 실거주 목적으로 대형 위주의 압구정 아파트를 사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채'로 갈아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8월 5주 서초·송파 등 강남권 주간아파트가격 변동률이 보합권을 기록하는 와중에 강남구만 주간 변동률 0.01%를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한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오르면서 강남구 아파트 시세가 보합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오른 가격에 매수-매수자 간극, 강보합 전망

다만 이 같은 호가 상승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대기자들이 연말이나 내년 6월 말까지 세금 문제로 급히 처분되는 매물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주택 규제도 강해졌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을 것 같다"며 "강보합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빠숑'으로 알려진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압구정은 대한민국 최고의 입지이고 재건축 후 최고가 아파트가 지어질 곳이지만 재건축 사업 초기단계라 시간이 많기 때문에 폭등, 폭락 없이 완만하게 가격이 올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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