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도, 팔 수도 없다"…'아시아나 노딜'에 LCC도 죽을 맛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9.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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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아시아나항공 M&A, 해피엔딩은 없다④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며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활로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화물이 없고 '여객' 중심인 LCC들은 코로나19(COVID-19) 위기가 장기화하며 독자생존이 더 힘든 상황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지난 7월 제주항공으로의 M&A가 무산된 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6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 등과 재매각 일정을 논의했다. 이스타항공은 회계 실사를 바탕으로 조만간 예비 투자자들에게 투자의향서를 다시 발송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말께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위해 접촉한 곳은 민간 기업과 대형 펀드 3~4곳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M&A 무산…이스타항공 재매각 걸림돌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7차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7차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M&A가 끝내 무산되며 이스타항공의 재매각도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으로 내년 중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들 회사가 시장에 나오면 이스타항공 재매각은 더 눈길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수개월째 '셧다운'(일시폐쇄) 상태인 데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복잡해 것도 재매각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재 밀린 직원 임금만 300억원에 달한다.


오는 10월 운항 재개 입장을 밝혔지만 효력이 정지된 항공운항증명(AOC)도 재발급 받아야 하는 등 산 너머 산이다. AOC를 발급받으려면 국토교통부 승인과 조업료, 정유비 등에 쓰일 100억원대 자금이 필요한 데 이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위해 직원 감축도 단행해야 하는데 노조 반발이 거세 이 또한 불투명하다. 인수 의사가 있는 투자자들이 한결 같이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해 이스타항공은 700여명의 직원 감축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노조는 고용 유지를 주장하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LCC 전반적으로 자금난 심화…살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고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일 오전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제9호 태풍 '마이삭 (MAYSAK)'의 영향으로 제주편 항공기 결항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대구공항 대합실 탑승수속창구 주변이 텅 비어 있다. 2020.9.2/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일 오전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제9호 태풍 '마이삭 (MAYSAK)'의 영향으로 제주편 항공기 결항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대구공항 대합실 탑승수속창구 주변이 텅 비어 있다. 2020.9.2/뉴스1
또 다른 LCC들도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제한돼 LCC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빚만 쌓이고 있다. 하는 수 없이 국내선 운항을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 수요가 넘쳐 할인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힘들다.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 운송으로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소형 여객기 중심인 LCC들은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올 상반기 기준 LCC들의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급격히 상승했다. 에어부산의 경우 1884.5%로 지난해 말보다 1000%p 이상 올랐을 정도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876%로 지난해 말 대비 500%p 이상 상승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598.5%, 560.5%로 각각 200%p 이상씩 부채비율이 급상승했다.

LCC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할 방침이지만 이조차 힘들다. 티웨이항공은 앞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저조한 청약참여로 지난달 말 이를 중단됐다. 티웨이항공은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1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진에어도 10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목표로 9월 중에 청약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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