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된 카카오게임즈 IPO.."공모주 재밌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소연 기자 2020.09.0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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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축제가 된 카카오게임즈 IPO.."공모주 재밌네!"


"우리 모두의 공모주."

카카오게임즈 공모가 끝났다. 숱한 화제와 최고 기록을 남겼다.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 새 역사를 썼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60조원에 달하는 개인 자금이 몰렸다. 기존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 규모(SK바이오팜의 30조9899억원)의 2배에 가까운 돈이다.



공모 규모가 3000억원을 넘는 IPO 기업으로 믿기지 않는 15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이 같은 공모 흥행 폭발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SK바이오팜이 방아쇠를 당긴 공모 시장 유동성이 카카오게임즈를 만나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으로 처음 공모주 투자를 한 40대 프리랜서 A씨는 "공모주 청약이 이렇게 재밌을지 몰랐다"며 "평소 안 보던 주식 관련 뉴스를 몇 개나 챙겨봤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나올 공모주가 어떤 게 있는지 찾아보는 중"이라며 "앞으로 주식이나 공모주 투자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한 40대 직장인 B씨는 "청약이 끝나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며 "몇 주 받지 못할 것 같아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기대도 별로 안 된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2일 마감한 카카오게임즈 청약 최종 경쟁률은 1524.85대 1이다. 증거금은 약 58조6000억원이 모였다.

이제 관심은 오는 10일 카카오게임즈 상장 이후 주가 흐름, 그리고 60조원에 달하는 청약 환급금의 향방에 쏠린다.

공모 시장 축제 예고한 카카오게임즈…그 이상의 성과
앞서 IPO 시장 관계자 사이에선 카카오게임즈를 SK바이오팜에 이은 올해 최고 기대주로 꼽았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더 놀라웠다. SK바이오팜 공모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공모에 앞서 제시한 희망공모가밴드(2만~2만4000원)에 대해 시장에선 합리적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예상보다 싸다"는 평가도 많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는데도 공모가를 밴드 상단을 넘지 않는 2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장외 주식 시장 호가가 6만원을 넘는 만큼 매력적인 가격이란 인식이 더욱 확산됐다.

배급 위주의 사업 구조로 게임 개발 역량에 대해선 물음표가 있지만, 카카오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성장 잠재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풍부한 유동성도 카카오게임즈의 공모 흥행에 한몫했다. 지난 8월 31일 기준 우리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이 60조원을 넘었다.

축제가 된 카카오게임즈 IPO.."공모주 재밌네!"
"경쟁률 너무 높아요" 1억 내도 6주…주가는 어떨까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각 개인 투자자가 받는 공모주 물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산술적으로 1억원을 낸 투자자의 경우 약 5~6주를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을 냈다면 2~3주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시장 평가가 어떨지도 관건이다. 오는 10일 상장하면서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를 뜻하는 은어)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상장 초반 일부 코스닥벤처펀드와 해외 기관 등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은 투자자의 매매 행태도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신규 상장 기업의 초반 주가는 수급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다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 투자자 물량이 전체의 50%를 넘은 점은 긍정적이다.

또 카카오게임즈 공모주를 받지 못한 투자자의 대기 매수 수요가 폭발할 경우 주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이 끝나는 시점도 살펴야 한다.

의무보유 확약을 걸고 공모주를 받아간 기관투자자의 경우 확약이 끝나는 시점을 매매 시점으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카카오게임즈가 거래 첫 날 따상에 성공할지 알 수 없다. 따상에 실패할 수도, 따상 이후에도 지속 상승할 수도 있다. 공모가를 하회할 가능성도 0%는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확실히 수익 가능성이 높은 공모주라는 점은 시장 참여자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SK바이오팜처럼 상장 직후 주가가 폭등할 종목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청약 환급금 60조원 어디로 갈까…BTS 소속사 빅히트 기대감↑
카카오게임즈 청약 증거금 중 개인투자자 배정 768억원을 제외한 자금은 모두 환급된다. 60조원에 가까운 돈이 시장에 쌓인다는 의미다.

이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물론 일부 빚을 내 청약한 투자자 자금은 상환될 수 있다. 그럼에도 막대한 유동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 6월 23~24일 청약을 받은 SK바이오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SK바이오팜 때도 청약 증거금 중 환급된 약 30조원이 주식 시장에 퍼졌다.

지난 7월 국내 증시 개인투자자 유동성 장세에 SK바이오팜 청약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모 시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SK바이오팜 (85,000원 ▲1,000 +1.19%) 이후 공모주 청약 경쟁률 1000대 1 이상이 속출했다.

급기야 지난 7월 이루다 (6,450원 ▲10 +0.16%)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 3039.55대 1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처음 보는 숫자에 공모 시장 참여자 모두가 놀랐다.

한국파마 (18,950원 ▼10 -0.05%)영림원소프트랩 (8,470원 ▲80 +0.95%)도 공모주 청약 경쟁률 2000대 1을 넘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환급금도 주식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개인투자자가 이끌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공모주 청약을 처음 경험한 신규 투자자의 일부는 다음 공모주로 시선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IPO 시장 성수기인 하반기에 줄줄이 등판할 공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다음 기대 공모주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눈길을 끈다. 이달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10월 청약을 받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신약 개발 바이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진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유경제,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공모 시장 등판을 앞두고 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 BTS의 광고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9.1/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 BTS의 광고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9.1/뉴스1
일각에선 과열 우려도…특례 상장 기업의 적자 IPO 등 꼼꼼히 살펴야
일각에선 과열 우려도 나온다.

공모주가 100% 수익을 내는 주식이 아니고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 상품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이후 공모주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여러 특례 상장 기업의 공모가 예정돼 있는데, 밸류에이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다.

최근 공모 시장 유동성과 높은 투자 수요를 등에 업고 적자 기업이 수천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산정한 경우가 많아 투자 결정에 앞서 꼼꼼한 분석이 필수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의 환급금이 다음 공모주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하반기 수십개 기업이 IPO에 도전할 예정인데, 밸류에이션 등 투자 포인트를 꼼꼼히 따지며 투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빚을 내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나선 투자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공모주가 무조건 안전한 투자 대상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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