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덕에 '예탁금 60조'…곧 10조 빠진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9.03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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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청약자금 대출 끊기니 예탁금으로 유입

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


증시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최초로 60조원을 넘는 등 이상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 한달만에 12조원이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급증한 예탁금이 카카오게임즈 청약자금이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유입된 수조원의 자금은 청약 직후 빠져나갈 것이란 의미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60조5269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7조393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20.95% 급증한 수치다.

예탁금은 주식계좌에 있는 현금으로, 언제든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다. 증시가 호황일수록 예탁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3월 급락장 이후 꾸준히 예탁금이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월말 31조원대였던 예탁금은 3월말 43조원을 넘어섰고 7월말에는 47조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8월이다. 한 달 만에 12조7406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예탁금이 60조원을 돌파했다. 이와관련일단 시장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급락장 이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가 조정을 밟을 때마다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발 빠른 주식쇼핑에 나섰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도 '짧은 조정 후 재상승' 국면이 나타났기 때문에 저가매수 전략을 대부분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학습효과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유동자금이 증시로 추가 유입됐고 그 결과가 예탁금 증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생겨난 유동자금도 가세했다. 이밖에 1% 안팎의 예금금리와 펀드시장의 몰락도 예탁금 급증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지난달 급증한 예탁금에는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노린 일회성 자금이 포함돼 있다. 이 자금은 청약금 환불이 이뤄지는 9월4일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장 주관사가 공모주 청약자금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출해주기도 했다"며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파는 것)가 급증하면서 여신 잔여한도가 줄어든 증권사들이 공모주 청약대출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예탁금을 추가로 넣지 않아도 공모주 청약이 가능했는데 카카오게임즈의 경우는 순수한 현금을 넣어야 했고 이 때문에 은행예금이나 대출까지 끌어와 예탁금을 넣은 개인고객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6월부터 여신한도 부족을 이유로 공모주 청약대출을 무기한 중단했고 공동 주관사인 삼성증권도 비슷하다.

전날 카카오게임즈 청약 최종 경쟁률은 1524.85대 1로 확정됐다. 증거금은 약 58조6000억원이 모였다. SK바이오팜의 최고 기록 30조9899억원의 두 배에 근접한 규모다.

이 자금 중 상당수는 예탁금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갈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시중 유동성 장세가 8월말을 기점으로 다소 꺾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중 유동성은 급증, 둔화, 축소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며 "지금은 둔화 초기라 봐야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자금 여건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단기 유동성 장세 끝을 알리는 신호로 시장금리 하락세 제동, 하방 경직적인 달러화 가치, 금 가격조정 등이 있다"며 "8월부터 세가지 신호 모두 관찰된 만큼, 단기 유동성 장세는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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