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경제 다 놓쳤다… 위기의 '中 추격자'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9.0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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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를 추격하던 인도가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이 나홀로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한 데 비해 인도는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뒷걸음질쳤다. 인도는 올해 전체 성장률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회복까지 갈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FPBBNews=뉴스1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FPBBNews=뉴스1


코로나19·경제 모두 최악
코로나·경제 다 놓쳤다… 위기의 '中 추격자'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 통계청은 전날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3.9%로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종전 최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1.7% 성장률이었다.

인도는 2일에만 하루 7만8000여명을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확진자가 200만명가량 나왔으며 누적 감염자 수는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인도는 지난 5월부터 경제를 우려해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도 경제도 모두 놓친 꼴이 됐다.

인도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는 농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후퇴했다. 무역과 호텔 등 서비스업 분야는 47%나 추락했고, 제조업은 39.3%, 건설업은 50.3% 축소됐다. 자동차 판매량도 84.8% 줄었다. 전체 소비는 1년 전보다 27%나 쪼그라들었다.

NYT는 "시장 전문가들은 2020~2021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10%에 달할 것으로 본다"면서 "인도의 2025년 내 GDP 5조달러 달성 목표도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빠져나온 중국과 격차 벌어져
중국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 3.2%를 기록하는 등 나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중국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 3.2%를 기록하는 등 나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인도에 뼈아픈 것은 인구와 시장 규모 등이 비슷하면서도 국경문제를 두고 다투는 라이벌 중국과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1위 규모의 인구(약 14억4000만명)를 보유하고 있고, 인도는 13억8000만명으로 2위다. GDP는 중국(13조6000억달러)과 인도(2조9000억달러)의 차이가 크지만 각각 세계 2위와 5위로 상위권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빠져나온 기업들이 인도를 택하면서 향후 성장이 기대되기도 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0년이면 중국과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나란히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도의 높은 성장세를 예상한 것이다.

최근 두 나라는 물리적인 히말라야 국경 분쟁을 벌이고 군비 확충 경쟁도 하는 등 갈등을 빚으며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회복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1980년까지만 해도 양국의 경제성장률은 3.5% 수준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2004년까지 이 격차는 2배로 벌어졌다. 중국이 연 평균 12%대의 고공성장을 기록한 반면 인도는 6%대의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인도가 성장률에서 역전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이 수십년간 인구 제한정책을 펼치는 동안 빠르게 인구, 시장 규모 차이를 줄이면서다. 인도는 중국과 농업 격차를 17%까지 줄이고, IT 분야에서는 하드웨어는 밀리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앞서는 등 추격의 고삐를 당겨왔다.

이를 통해 2016년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8.2%로 중국(6.7%)을 크게 앞섰다. 이후 2017년에도 7.04%로 중국(6.76%)을 앞섰지만 2018년 6.12%(중국 6.57%), 지난해 5.02%(중국 6.14%)로 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격차는 다시 크게 벌어지게 됐다. 중국은 올 1분기 -6.8%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가 올 2분기 3.2%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인도는 3.1%에서 -24%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모디 총리는 5조달러 규모의 경제를 약속하면서 매년 1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인도의 올해 경제는 40여년 만에 처음 역성장을 기록하고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가 예상된다"면서 "경제 성장 동력인 소비, 투자, 수출 모두 크게 부진하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이를 부양할 능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산하 연구기관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인도가 앞으로 연간 최소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려면 10년간 최고 9000만개, 최대 1억4500만개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부터 올해 사이 인도의 평균 실업률은 9.21%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4월에는 2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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