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의 넷마블 1조 '대박'…비결은 빅히트·카카오게임즈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9.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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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카카오게임즈 투자 차익 1조원 넘어설 전망…코웨이, 넷마블 캐시카우로 자리 잡아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의 양손이 두둑해졌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IPO(기업공개)를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와 카카오게임즈의 몸값이 치솟으면서다. 양사에 수년전 투자한 넷마블은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두면서 향후 M&A(인수합병) 등 성장을 위한 투자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넷마블 역시 게임 대장주 탈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넷마블 보유 양사 지분가치 1조원 넘어…게임 대장주 탈환하나
넷마블은 지난 2018년 4월 약 2014억원을 투자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의 지분 25.71%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사업적 시너지 증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밝혔지만, 당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양사 대표의 관계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와 친인척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사심이 담긴 투자라는 말이 돌았다. 전략보단 관계에 치중된 투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근 빅히트가 IPO 최대어로 떠오르자 분위기가 역전됐다. 일찌감치 빅히트의 성장성을 알아본 방 의장의 과감한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1일 BTS의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면서 빅히트는 본격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빅히트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적기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빅히트는 IPO 통해 최대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으로 10월 중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공모가 범위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3조6000억~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빅히트엔터가 상장과정에서 이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넷마블의 지분 가치는 약 9000억~1조1500억원이 된다. 2년여 만에 최소 4배 이상의 차익을 얻는 셈이다.

빅히트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의 확장과 이종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생활 전반에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점이 방 의장의 비전과 맞아 떨어졌다. 실제로 넷마블은 지난해 9월 BTS의 IP을 활용한 캐주얼 게임 ‘BTS월드’을 내놨고, 올 3분기 두번째 협업 작품인 ‘BTS유니버스스토리’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방 의장의 선구안은 빅히트에 그치지 않는다. 넷마블은 역시 IPO 대어로 평가받는 카카오게임즈의 지분도 들고 있다. 2018년 2월 유상증자에서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64%를 보유하게 됐다. 10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는 IPO를 위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공모주 청약에 59조원 가까운 증거금이 몰렸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이 기록한 역대 최고액(약 31조원)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공모를 통해 모집하는 자금은 총 3840억원. 공모가 기준 카카오게임즈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가량이다. 상장 후 넷마블이 갖게 되는 지분가치는 1000억원 수준으로, 약 500억원의 투자 이익이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워 PC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개발·플랫폼·퍼블리싱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기업 가치는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빅히트, 카카오게임즈의 자산 가치가 부각되면서 넷마블이 게임 대장주를 탈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넷마블은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중이다. 2일 기준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14조8446억원까지 불어났다. 엔씨소프트(18조6609억원)와의 격차는 약 3조8000억원대로 좁혀졌다. 최근 넷마블 주가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엔씨소프트에 내어준 대장주 탈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방 의장은 넷마블이 위기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반전을 꾀했다. 2015년 김정주 NXC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백기사로 나선 일화는 유명하다. 양사는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넷마블은 3900억원으로 엔씨소프트 자사주 8.9%를 샀고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이 발행한 신주 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15.08%를 갖고 있었던 넥슨은 결국 지분율 경쟁에서 백기를 들었다. 이를 계기로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판권을 따냈고 최대 히트작 '리니지2 레볼루션'은 그렇게 탄생했다. 방 의장은 2015년 미국 모바일 게임사인 잼시티(1500억 원), 2017년에 캐나다 모바일 게임사 카밤(9000억 원) 등 해외 게임사 인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코웨이 본사의 모습. 2019.10.14/뉴스1(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코웨이 본사의 모습. 2019.10.14/뉴스1
코웨이,넷마블 캐시카우 역할 기대…실탄 마련한 넷마블, 추가 투자 긍정적
지난해 12월 인수한 코웨이와의 시너지도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코웨이는 노사간 갈등을 매듭지으면서 하반기 실적 성장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25.51%(1조7400억원)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코웨이는 넷마블에 인수된 이후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내고 있다. 코웨이의 2분기 영업이익은 16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고, 매출액은 7689억3700만원으로 8.4% 늘었다. 업계는 현금 흐름이 우수한 코웨이가 넷마블의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등의 가치가 급등하고, 코웨이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넷마블은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하게 됐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승부사 기질을 지닌 방 의장이 언제든 추가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넷마블 측은 지난해 10월 코웨이 인수 우선협상자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큰 시장 변화와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긍정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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