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만 의사?"…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엘리트주의' 비판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0.09.0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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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카드뉴스 형식으로 10장 분량의 자료를 올렸다. /사진=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카드뉴스 형식으로 10장 분량의 자료를 올렸다. /사진=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발해 의료계가 집단휴진에 나선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낸 카드뉴스 형식의 자료를 두고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카드뉴스 형식으로 10장 분량의 자료를 올렸다.



연구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지 형식을 빌려 '2020학년도 의료정책고사 문제지 공공의대 영역 무대뽀형'이라고 명시한 뒤 문제 4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덧붙였다.

먼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첫 번째 질문에 'ⓐ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등 선택지를 제시했다.



또 '만약 두 학생 중 나중에 의사가 되어 각각 다른 진단을 여러분께 내렸다면 다음 중 누구의 의견을 따르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일반의대 학생, ⓑ 시민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 공공의대 학생' 중 고르도록 했다.

세 번째 문제에서는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위급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두 의사 중 누가 수술을 해주길 원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 환자가 많은 의대병원에서 수많은 수술을 접하며 수련한 의사, ⓑ 인프사라 갖춰지지 않은 지방의 공공의대에서 수술은 거의 접하지 못한 의사'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폐암 말기로 당장 치료제가 필요한 생명이 위독한 A씨, 생리통 한약을 지어먹으려는 B씨, 둘 중 건강보험 적용은 누구에게 되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는 선택지 'ⓐ 면역항암제가 필요한 폐암 말기환자 A씨, ⓑ 한약이 필요한 B씨'를 내놨다.


이 문항들은 현재 의료계가 '4대악'으로 규정한 △의과대학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추진 등을 비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엘리트주의'라는 반발을 사며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누리꾼 A씨는 "여론전을 할 거면 알량한 엘리트주의부터 버려라"며 "사람들은 의사 수능 성적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시설 부족, 열악한 의료계 노동환경, 비정상적 수가 시스템 등 계급담론 밖에서 정부를 비판할 부분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자꾸 전선을 이상한 데 치냐"고 덧붙였다.

누리꾼 B씨는 "학교 다닐 때 전교 1등 한 걸로 몇십 년을 우려 먹을 건지"라며 "전교 1등 따위보다 의사가 되고 싶어 의학에 매진한 사람이 환자 입장에선 소중하다"고 했다. 누리꾼 C씨도 "추천제로 의대를 보낸다는 건 가짜뉴스"라며 "누가 됐든 지방은 환자 곁을 지켜줄 의사가 필요하다. 학창 시절 성적이 뭐가 중요하나"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카드뉴스 형식으로 10장 분량의 자료를 올렸다. /사진=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카드뉴스 형식으로 10장 분량의 자료를 올렸다. /사진=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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