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31살 빈폴의 변신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9.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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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부문 '지속가능기업' 선포…빈폴, 클래식한 매력에 친환경 '윤리성'을 더하다

1993년 방영됐던 한석규 배우가 등장한 제일모직 빈폴의 시그니처 광고1993년 방영됐던 한석규 배우가 등장한 제일모직 빈폴의 시그니처 광고


#노란 빈폴 셔츠를 입은 배우 한석규가 책을 읽고 있다. 긴 생머리의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한석규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고 독백한다. 1993년 대 히트를 친 한석규의 아련한 광고로 기억되는 빈폴은, 2001년 폴로 랄프로렌 매출을 제치며 대한민국 패션사의 한 획을 그었다.



1989년 탄생한 빈폴은 90년대 1020에겐 선망의 브랜드였고 3040에겐 품격을 대표하는 정통 캐주얼이었다. 모두 빈폴 셔츠·니트 하나쯤은 입고 싶었던 당시, 빈폴 로고의 바퀴 휠이 16개니, 18개니 논란이 일었을 만큼 빈폴은 품위와 '고급짐'의 대명사였다. 미국 브랜드 폴로와 비슷하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해외직구가 지금처럼 일상적이지 않았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에 국내 패션업계서 빈폴의 입지는 독보적이었다. 빈폴은 세일도 하지 않았고 정가 판매를 고집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의 폴로, 타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민 '트레디셔널 캐주얼'이던 빈폴은 2000년대 후반부터 패션산업의 급변과 함께 영향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대중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한섬의 TIME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등장으로 샌드위치가 되면서 입지는 좁아졌다. 2000년대 초반 빈폴골프 빈폴키즈 빈폴진 등을 론칭하며 패밀리 브랜드로 성장하던 빈폴은 올해 들어서는 반대로 빈폴스포츠 사업을 접기도 했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서른 한 살 빈폴은 고유의 헤리티지(유산)를 바탕으로 대대적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변신의 키워드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패션이라면 기후변화, 코로나19(COVID-19)로 세상이 급변하는 지금, 빈폴은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주는 패션산업의 공해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한석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31살 빈폴의 변신
2일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99개 협력사와 함께 인권 및 환경 보호와 관련된 공통 원칙을 공유하고 실천하겠다"며 지속가능기업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인권을 수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고용관계, 차별금지, 노동시간, 임금, 복리후생, 아동 및 청소년 노동과 관련해 보편된 가치를 따르기로 했다. 책임감 있는 자원활용과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에너지 사용, 폐수·폐기물, 화학물질 관리 등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같은 '지속가능기업' 실천의 중심에 선 브랜드가 빈폴이다. 빈폴은 올 초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바탕으로 친환경 생산을 추구하는 '비 싸이클' 라인을 론칭했다. 옷에 재생 소재 및 충전재를 사용하고 오리·거위털을 다운 충전재로 사용할 때는 동물복지 윤리를 철저히 지키고 환경오염 유발 물질 원단의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3원칙을 내세웠다. 고급스러움과 품격, 단정함의 모범이 되는 빈폴의 헤리티지에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성을 더한 것이다.


삼성물산 빈폴의 친환경 라인인 '비 싸이클' 제품/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빈폴의 친환경 라인인 '비 싸이클' 제품/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오늘날의 패션산업은 생산, 판매, 구매, 관리, 폐기 전 과정에 걸쳐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공해산업으로 손꼽힌다. 원사의 원료가 되는 천연자원의 재배에서부터 봉제, 판매, 세탁,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공해산업'으로 꼽히는 패션업계에서는 윤리적 생산과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조되고 있으며 빈폴은 대한민국 리딩 패션브랜드로서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실천에 나섰다.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상무)은 "빈폴이 홀로 지속가능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99개 협력사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빈폴은 대표적인 지속가능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생산, 유통, 포장 등 패션의 전 과정에 걸쳐 업계의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빈폴은 올 가을·겨울 시즌에 재생 원료를 사용한 패딩 점퍼, 베스트, 코트 뿐 아니라 폴라플리스 집업과 재생 가죽을 사용한 어반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동물복지 구스다운 코트 및 푸퍼다운과 환경 오염 유발 물질 원단 사용을 축소하는 차원에서 생분해 소재를 활용한 다운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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