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기업은 중동,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예비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만큼 국내에서 나고 자란 토종 유니콘보다 운신의 폭이 넓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달리 이미 흑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 회사의 영상 메신저를 230개 국가에서 1억명이 넘는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아자르의 올 상반기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억건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이용자 비율은 99%에 달한다.
배터리 소모가 적고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도 끊김없이 영상 통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출시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2014년 첫 출시 이후 아시아에선 대만, 중동에선 터키ㆍ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지역에서 사용자가 급증했다. 스마트폰 사양이 낮고 통신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서버를 통하지 않는 영상통화 앱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것이다.
회사는 아자르 사용자가 많은 중동·남미·동남아·인도 등 주요 지역의 현지화를 위해 외국인 직원도 대거 채용하고 있다. 현재 회사 직원 300여명 중 20%가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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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커넥트가 운영하는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사진제공=하이퍼커넥트
밸런스히어로는 아예 설립 단계부터 인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지만, 은행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도 시장에 주목했다. 2015년 1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통신 및 데이터료 잔액을 확인하고 충전할 수 있는 선불 요금 잔액확인 앱 ‘트루밸런스’를 출시했다. 창업자인 이철원 대표는 인도 국민 13억명 중 95% 이상이 선불제 통신요금을 사용하고 있다는데서 가능성을 읽었다.
회사는 잔액확인 앱에서 소액대출, 보험 서비스 등 금융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밸런스히어로가 내놓은 소액대출 상품 ‘페이 레이터’와 ‘리차지 론’ 등의 일일 거래건수는 4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에는 비대면 대출상품 ‘퍼스널 론’, ‘인스턴트 캐시 론’ 등도 출시해 인도 현지 금융사를 통해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인도에서 최초로 선보인 초소액 대출상품으로 금융 소외층이 주요 고객이다.
밸런스히어로 관계자는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인도 금융 소외층의 특성에 맞춰 최소한의 절차로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밸런스히어로 인도 지사에서 현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밸런스히어로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스윙비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동남아 지역 중소기업에 특화한 클라우드 기반의 HR(인사관리)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오라클, SAP와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여력이 안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커머스 플랫폼 운영사인 쇼퍼블은 인도네시아의 20~30대 중상류층 여성 고객을 타겟으로 한국의 패션 의류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다. 쇼퍼블 외에도 아이템쿠(만화·신발 등 취미활동 거래 플랫폼), 오케이홈(홈클리닝 O2O 플랫폼), 마미코스(2030세대 1인 가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원룸 중개 서비스) 등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공 기회를 찾고 있다.
김은희 쇼퍼블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7000만명일 뿐 아니라 인구 평균연령이 29세로 젊은 층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단순히 동대문 쇼핑몰을 내세운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모델이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도네시아 시장에 소개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창업자이자 전문엔젤투자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국내 벤처 생태계가 꼭 ‘유니콘’ 배출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지만 국내 시장규모로는 ‘유니콘’ 배출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젊은 창업자나 스타트업들이 인도·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진 스윙비 대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시장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워낙 낙후돼 있어서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현재 스윙비는 4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네 곳 법인 직원의 국적이 10개에 이르는 다국적 팀"이라고 설명했다.
쇼퍼블은 현지화된 결제, 상담, 물류·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의 유명 중대형 쇼핑몰들과 제휴해 3000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 태어난 사람)를 겨냥해 국내의 '무신사' 같은 온라인 패션전문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김은희 대표는 "대학 시절 한 유통 대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을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 달 정도 인도네시아에서 체류하며 가능성을 엿봤다"며 "인도네시아 시장의 수요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태국·베트남에 비해 언어 장벽이 낮아서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