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소장 133쪽, 19개 공소사실 빼곡…'초강력 기소'

뉴스1 제공 2020.09.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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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권고에도 영장청구 없던 '업무상배임' 추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3개 혐의 적용…"무리한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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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박승희 기자 = 삼성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1년 9개월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모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선 적용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더하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오히려 '강력하게' 기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은 133쪽으로 현재까지 작성된 수사기록만 437건, 21만4000쪽 분량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첫 시작은 201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장악하고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하게 된 시기가 2012년 12월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후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및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계획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에 따라 미전실 주도로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도 추진됐다. 검찰은 이 일련의 과정을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무리한 합병이라고 봤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3가지다. 그 중 총수의 사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하는 등 자본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만 해도 검찰이 적용한 공소사실은 15가지가 넘고 3가지 혐의에 걸쳐 19개에 이른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먼저 합병을 위해 형식적인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한다. 이후 합병 성사를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권 제약사항을 은폐하거나,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발생 위험 정보 등에 대해 허위공표를 했다. 투자자들에게 정당히 알려야 할 정보를 알리지 않은 셈이다.

주주총회 단계에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에피스가 마치 곧 상장될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용인 에버랜드와 관련한 허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일성신약이 합병 반대 가능성을 언급하자, 은밀하게 대규모 이익 제공을 제안하기도 했다.


주주총회 이후 단계에선 주식매수청구 억제를 위한 인위적 주가관리를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주가 부양을 통한 반대매수청구 행사 최소화', '합병비율 등을 감안해 모직 주가의 최저 목표가격을 17만원으로 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사주 매입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상 필요 없는 제일모직 자사주를 집중매입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012년 이후부터 시작된 지배력 강화 작업은 이 부회장 본인의 승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본인에게 보고가 되지 않기는 어렵다"며 "관련자들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와 일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9.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9.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검찰은 아울러 이 부회장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에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지 않고, 마치 대외적인 사정 변경에 따라 지배력을 상실한 것처럼 거짓 회계처리를 하여 약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만들어 냈다며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 구속영장 청구때 포함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삼성물산 및 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의무를 위배해 이 부회장과 미전실의 결정에 따라 합병이 실행됐다"며 "삼성물산 및 물산 주주들에게 적정한 합병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선 "내부적으로는 같은 그룹이긴 하지만 삼성물산은 피합병 객체"라며 "(미전실과 이 부회장이)삼성물산 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나 지시 공모 관계 위치에 있고, 실제 가담해 공동정범 형태로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임 금액 규모는 최소 4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매수하는 제일모직 측에서 삼성물산 금액을 최소 13조원대 이상이라고 한 평가가 있다"며 "합병 결의일 기준 주가 8조원대보다 단순 산출만 해도 4조원 이상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가치들도 고려할 수 있는 만큼 인위적으로 금액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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