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70억' 초고가 아파트 줄줄이 경매 나온다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09.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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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70억' 초고가 아파트 줄줄이 경매 나온다


대한민국 0.1%만이 산다는 초고가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호가 50억~70억원의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244㎡(이하 전용면적)가 경매 개시 결정이 났다. 이달에는 호가 55억~63억원의 청담동 '마크힐스2단지' 192㎡,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등 초고가 아파트들의 경매가 진행된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기 악화로 강남권 등지의 초고가 경매 예정 아파트가 최근 들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지역 전체 경매 매각가율도 지난 6월 최고점을 기록했고 지난 7월부터 다시 꺾이는 모습이다.



'70억' 청담동 상지리츠빌·마크힐스·청담자이 등 경매… 압구정·잠실 등 아파트 예정물건 급증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1차' 모습/사진= 지지옥션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1차' 모습/사진= 지지옥션
2일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상지카일룸 244㎡의 경매 개시 결정이 났다. 이 단지는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이수만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의 아들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형모 LG전자 기술전략팀 과장 등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용 E1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석원 두산그룹 정보통신BU 부사장 등은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달 △서초구 반포동 '한신서래'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신천동 '장미'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 이름이 알려진 고가 아파트들도 경매 개시가 결정됐다. 통상 경매 개시 후 감정평가 등을 거쳐 실제 경매가 집행되기까지는 6개월 이상가량 걸린다. 채무자가 빚을 갚을 경우 등엔 경매가 취소될 수 있다.

청담동 초고가 아파트들의 경매는 이달에도 대거 진행된다. 호가 55억~63억원, 감정가 45억7000만원의 청담동 '마크힐스2단지' 192㎡의 경매가 진행된다. △감정가가 43억6000만원인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 232㎡ △'청담자이' 89㎡(감정가 31억원, 호가 27억~33억원) △'삼호빌라' 229㎡(감정가 31억2400만원) 등이다.

△감정가 43억3000만원의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17㎡(호가 42억~48억원) △압구정동 '현대8차' 107㎡(감정가 21억1000만원, 호가 24억~28억원) △압구정동 '미성' 105㎡(감정가 23억6000만원, 호가 25억8000만~26억5000만원) △삼성동 '롯데캐슬프레미어' 213㎡(감정가 28억9000만원, 호가 36억~40억원) △도곡동 '타워팰리스' 141㎡(감정가 22억1000만원, 호가 28억~30억원) 등의 경매 일정도 예정돼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 예정 물건을 보면 압구정동 아파트만 8건인데 지난 8개월 간 압구정동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낙찰된 게 한 건도 없었고, 잠실동도 올해 2건 낙찰됐는데 현재 예정된 아파트 물건은 '아시아선수촌' 2건 등 5건으로 더 많다"며 "경기 악화로 고가 아파트 경매 물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신규 물건은 되레 줄어, 코로나·부동산 호황 영향… 경기악화로 물건↑·매각가율↓ 전망
'최고 70억' 초고가 아파트 줄줄이 경매 나온다
다만 최근까지 경매로 넘어온 전체 신규 물건 수가 많지는 않다. 오히려 경매로 접수된 물건 기준 올해 1~7월 신규 물건은 5만78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861건 대비 2000여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지난 3월 등 법원 휴정 기간이 있었고,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띠면서 경매로 넘어오기 전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각됐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렇다 해도 역성장이 예상되는 등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 대표는 "통상 경기가 안 좋으면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데 요즘은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그나마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꼽혀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줄어든 것 같다"며 "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부동산만 호황일 수 없기 때문에 이대로 불경기가 지속되면 경매 물건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 비율, 낙찰가율)을 봐도 고점이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월 89.2%, 2월 87.8%였던 서울 경매 매각가율은 지난 5월 92.9%를 기록한 뒤 6월 100.2%로 최고점을 찍었다. 서울 경매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것은 흔치 않다. 이후 지난 7월 매각가율이 93.8%로 하락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낙찰가율이 오름세이긴 한데 이 물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에 감정평가가 이뤄진 물건들로 그때 상승세가 가팔랐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매매 시장 또한 거래 건수가 크게 줄어 들고 있기 경매 개장 후 당분간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기가 높은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는 경매 시장에서도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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