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확장형 양자컴퓨터 기술융합 플랫폼센터’, ‘자율형 자동차 부품소재 청색기술 선도연구센터’를 비롯해 12개 선도연구센터를 선정했다. 미래 성형, 뇌 질환, 바이오 인터페이스 등 차세대 신성장 동력 개발을 이끌 R&D(연구 개발) 아이템들이 죄다 모인 셈이다. 선도연구센터는 첨단 기술산업의 ‘퍼스트무버’(선도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대표적 사례는 1990년 출범한 카이스트(KAIST) 인공지능(AI)연구소다.
“신약 설계 혹은 엄청난 임상 빅데이터에서 최적의 맞춤 치료법을 최단 시간 내에 찾아내는 데 양자컴퓨터가 활용될 겁니다.”
코로나19로 언제 출현할 지 모를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방역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필요한 핵심기술은 양자컴퓨터다. 연산 능력이 지금의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억 배 이상 빠르다.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의 비트 단위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이면서도 1인 큐비트(양자컴에서 정보저장 최소 단위) 단위로 정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수조 개에 이르는 인체 내 세포와 단백질, DNA(유전자) 등의 분포와 상호작용 등을 분석하는 데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꿈의 컴퓨터’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는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이 오는 2023년 28억2200만 달러(약 3조352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자컴퓨터 개발엔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공룡IT(정보기술) 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상태다. 여기에 포스텍 확장형 양자컴퓨터 기술융합 플랫폼 센터도 출사표를 내던졌다.
심재윤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양자컴퓨터 개발이 가진 의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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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통신, 양자센서, 양자컴퓨터 등 3대 양자기술 중 양자컴퓨터 개발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인류의 각종 난제를 풀어낼 궁극의 기술로 평가 받는다. 신약개발, 미래예측, 인공지능(AI), 유전자분석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풀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양자 알고리즘 연구는 개별 연구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양자 알고리즘을 실제로 동작시키는 실물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구축은 집단연구로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후발국이다. 연구자 간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양자컴퓨터 실물을 구축하면 국내 양자 컴퓨터공학 연구자 저변을 확대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양자컴퓨터 연구는 해외 IT기업의 접근법과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
▶IBM과 구글 등은 초전도 큐비트 방식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현재 50개 수준의 초전도 큐비트를 갖는 양자컴퓨터를 개발·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대체하기 위해선 적어도 1000개 이상의 큐비트가 동시에 동작해야 한다. 기존 방식으로 1000개 이상의 큐비트를 구현하면 컴퓨터의 물리적 크기가 구현 불가능할 정도로 커지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풀어내기 위해 우린 물리적 크기가 증가하지 않는 스케일러블(scalable·확장 가능한) 양자컴퓨터 구축을 위한 공학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자료=자율형 자동차 부품소재 청색기술 선도연구센터’
▶경북 지역 중소·중견기업 현황을 보면 자동차 관련 회사만 1312개가 있다. 대구(689개)까지 합하면 약 2000개다. 종사자 수는 6만 명에 가깝다. 그런데 주로 내연기관이나 차체, 부품 위주다. 최근 전기차, 스마트카 등에 역점을 두고 있는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구시대적이다. 그런데다 완성차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국내 생산량이 약 10% 이상 줄었다. 이 때문에 경영위기를 맞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무역규제와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지역 대표업체마저도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있다. 산업구조를 전기차,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 센터를 선정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센터의 궁극적 목적과 전략은.
▶간단히 말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독일 ‘보쉬’와 같은 지역 강소기업을 만드는 거다. 세계 최대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와 같은 기업도 이곳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려면 기술 개발 방향을 이전과는 완전히 새롭게 가져가야 한다. 이를테면 자율주행차 안에선 온갖 일이 벌어진다. 전력을 더 많이 사용할 거다. 지금 전기차는 주행에 전력을 거의 쓰지만 10년 후엔 주행보다 다른 용도로 쓰는 전력이 더 많을 거다. 지금은 10~15% 이내로 생각하는 데 향후 50%가 넘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가볍고 고용량인 배터리 개발이 우선된다. 경량화 소재 개발도 필수다. 자율주행차끼리는 충돌할 일이 없어 내구성을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내 소재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는 혼자 쓰는 게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직접 소유보단 ‘공유 차’라는 개념이 더 강하다. 코로나19로 ‘방균·방진’ 기술도 중요해졌다. 자율주행차는 이제 쉬거나 잠을 자는 공간으로 바뀔 거다. 그래서 방음·방진 기술도 중요하다. 이런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