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로는 부족하고 짜다…'컵밥의 배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9.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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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13개 컵밥 조사…열량은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21% 불과, 나트륨은 기준치 50% 넘어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간편식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시스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간편식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외식활동이 위축되고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집콕'이 늘며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컵밥' 등 가공밥을 찾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컵밥의 열량은 낮고 나트륨은 높아 지속 섭취 시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어 주의가 요구된다.

1일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육덮밥류 등 13개 컵밥 제품을 대상으로 △영양성분 함량 △재료 구성 △매운맛 성분 △안정성 및 표시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시험·평가한 결과 컵밥의 열량은 하루 에너지 섭취 참고량(2000kcal)의 21.7% 수준에 불과, 한 끼 식사를 대신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제육덮밥류의 경우 ㈜더빱의 '제육컵밥'이 625kcal로 가장 높았고 CJ제일제당의 '철판제육덮밥'이 368kcal로 가장 낮았다. 육개장국밥류는 SPC삼립의 '육개장국밥'의 열량이 392kcal로 가장 높았고 이마트의 '육개장컵국밥'이 313kcal로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과다섭취 시 각종 성인병의 주범이 되는 나트륨은 하루 기준치(2000mg)의 50.3%로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단짠(달고 짠)'한 맛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은 만큼, 나트륨도 한 끼에 권장되는 양보다 많은 것이다.
/사진=소비자원/사진=소비자원
롯데쇼핑이 판매하는 '매콤제육덮밥'이 1337mg으로 제육덮밥류에서 가장 많은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었고, ㈜로그온커머스의 '제육불고기밥'이 408mg으로 가장 낮았다. 육개장국밥류에선 SPC삼립의 '육개장국밥'이 1532mg으로 가장 높았고 이마트 '육개장컵국밥'이 1043mg으로 낮았다.



이처럼 저열량 고나트륨의 식사를 할 경우 장기적으로 영양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게다가 컵밥 소비자들이 고나트륨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컵라면 등과 함께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건강 상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단 지적이다.

실제 소비자원 조사 결과 국내 소비자 10명 중 3명(34.2%)가 컵밥과 함께 라면과 컵라면을 먹는다고 답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라면과 컵라면은 나트륨 함량이 각각 1일 기준치의 86.5%(1729mg), 76.6%(1534mg)으로 높은 만큼, 컵밥과 함께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컵밥으로 식사를 대체할 경우 균형있는 영양 섭취를 위해 단백질 등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하고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주는 우유나 달걀, 바나나 등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과 함께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소비자원/사진=소비자원
한편 저열량 고나트륨 외에 국내 주요 컵밥들은 별 다른 안전상의 문제는 없었다. 전 제품에서 이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미생물과 보존료, 용기 용출량 모두 식약처에서 고시한 관련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일부 제품의 경우 영양성분과 주의표시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다. ㈜아모제의 '매콤삼겹덮밥'의 경우 실제 당류 함량이 17g으로 표시값(10g)보다 높았다.

또 △롯데쇼핑 '매콤제육덮밥' △㈜로그온커머스 '제육불고기밥' △㈜더빱 '제육컵밥' △SPC삼립 '육개장국밥' 등 4재 제품은 조리과정에서 용기 표면 온도가 최대 85℃, 내용물은 94℃까지 상승, 용기를 잡거나 개봉 시 화상의 우려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주의표시가 미흡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제조사 모두 품질관리 및 표시 개선, 안전 주의문구 도입 등의 계획을 회신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식품에 대한 안전성 및 품질비교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소비자원/사진=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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