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면 산다" 외국인 1.6조 매물 받아낸 동학개미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9.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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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면 산다" 외국인 1.6조 매물 받아낸 동학개미


외국인이 코스피 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8월 마지막 날 팔아치웠다. 무려 1조6361억원어치다. 개인투자자들은 1조5695억원을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다. 결국 코스피는 1.17% 하락하는 선에서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외국인이 기록한 순매도 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에는 코로나19 쇼크가 덮쳤던 올 3월, 1조 3125억원이 가장 많았다.

이는 1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 정기변경(리밸런싱)이 적용되면서 기계적 매도가 이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리밸런싱 당일 기준 과거 8개 분기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매도를 나타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MSCI 지수 리밸런싱 당일에는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ETF,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수급과 연관된 비차익 순매도가 대부분인 것으로 미뤄볼 때 이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매도가 집중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5432억원), NAVER(1458억원), LG화학(1157억원), SK하이닉스(1027억원), 현대차(1005억원) 순이었다. MSCI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리밸런싱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매도에 나섰다는 얘기다.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통위에 대한 실망감과 연준(Fed)의 평균물가목표제 채택에 따른 미국 국채시장 약세 등으로 금리 상승이 나타났다"며 "국내 채권 시장에서 감지된 이상징후가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인한 불안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앞으로 6개월간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추가로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개미'(개인투자자)가 모두 받아냈다. 같은 날 코스피에서 1조 5695억원을 사들였다. 5월4일(1조7000억원) 이후 약 3달 만에 가장 큰 금액이다. 외국인의 사상 최대 순매도에도 코스피가 1% 하락에 그친 배경이다.

개미들은 외국인이 던진 종목을 그대로 다시 사들였다. 이날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 NAVER, SK하이닉스, LG화학 등으로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과 일치했다.

KODEX 레버리지(코스피20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ETF)가 순매수 4위를 차지한 점으로 미뤄볼 때 하락 장 이후 반등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MSCI 한국지수에 신규 편입되는 씨젠(6.78%), 알테오젠(13.53%), 신풍제약(22.97%)은 큰 폭으로 오르며 수혜를 봤다.

한편 외국인은 하루 만에 다시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246억원, 121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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