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에 제동? 당국은 '의도적 무관심'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9.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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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윤종규의 도전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 출사표를 냈다. 그와 경합하는 후보자 명단도 추려졌다. 노동조합이 반대하지만 금융권은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는 곧 지난 6년간의 성과와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의미다. 결과는 오는 16일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등 민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 교체 시즌이 도래했지만 금융당국의 관심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의도적 무관심’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지주회장 임기가 9년(임기 3년에 3연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고 말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임기에 대해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걸 존중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셀프연임’ 등은 자체적인 내규나 사회감시를 통해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언급했다.

금융위는 20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회장 등 임원 선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이 담겨 있다. 회장을 포함한 임추위 임원은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회장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추위에 참석하지 못한다. ‘회장-사외이사-회장’으로 연결되는 ‘셀프연임’ 고리를 차단한 것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회사가 차기 회장을 선정할 때 회추위 위원들과 별도로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KB금융의 경우 아직까지 면담 계획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KB금융 차기 후보군 가운데 법률적 리스크를 가진 후보가 없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책경고, 유죄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며 “그런 우려가 없다면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두고 금융권 내 잡음이 일었던 2017~2018년 이후 시장 자정 능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미 금융회사들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담긴 ‘셀프연임’을 막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조치도 취했다.

예컨대 KB금융은 2015년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도입한 데이어 일찌감치 회추위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뺐다. 또 BNK금융은 회장의 연임 횟수를 한차례로 제한했고 신한금융은 회장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거물급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했다.


이는 제왕적 CEO가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원맨뱅크’에 대해 경계하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이후 시장 자체적으로 견제장치가 생겼다”며 “자율성이 높아진 만큼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도 조금씩 커지고 있고 그런 제도와 운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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