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개미'…금융당국 정책 '기관'→'개미'로 선회한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9.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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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0.8.27/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0.8.27/뉴스1


금융당국의 정책 초점이 기관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 ‘주식 시장 안정화’를 내세우며 기관 육성에 주력했던 당국이 개인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개인 투자자가 ‘위험한’ 주식을 직접 투자하기 어렵다며 펀드와 연금을 통한 간접 투자를 장려해 온 인식은 사라졌다. 그동안 정책 집행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소홀했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정도로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준 개미의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이제 개미를 “증시의 성장과 과실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인정한다.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월부터 지난 21일까지 개인은 37조1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조4000억원, 12조9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중소형 코스닥종목에서 아슬아슬한 고수익을 추구하는 등 늘 관리대상이었던 개미는 옛말이 됐다. 저가에 코스피 우량주를 매수해 상승장에서 팔아치워 수익을 실현하고 과감하게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우량주도 공략한다. ‘동학 개미’, ‘스마트 개미’다.

지난 7월 금융세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지말라”고 주문한 게 정책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파격적 세제혜택을 꺼리는 기획재정부도, ‘글로벌 스탠다드(세계시장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를 중요시 여기며 공매도 금지 연장을 고심하던 금융당국도 ‘개미 챙기기’에 나섰다.


'땡큐 개미'…금융당국 정책 '기관'→'개미'로 선회한다
골칫거리였던 개미가 달라지자 주식시장의 안정보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기관에 쏠렸던 정책집행의 무게중심도 개미에게 이동한다. 지난 27일 공매도 금지 연장 뿐만 아니라 신용융자 금리인하, 공모주 배정방식 개선 등 다양한 선물을 쏟아낸 이유다. 증권금융의 대주서비스를 늘려 개인의 공매도를 뒷받침해준다. 공모주 배정 때 추첨제도 도입한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가보지 않은 길이다. 기관과 개인을 수평선상에서 비교하고 정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낯설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주식시장의 안정적 기반확대를 위해 기관 투자자 중심의 환경 조성을 정책 목표로 둬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제야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고 인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들이 얘기하듯 시장이 기울어져있고 기관들에게 (정책중심이) 너무 가있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이건 당국도 놓치고 있었던 포인트가 맞다.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라 낯선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 공매도 활성화, 청약제도 개편 등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새롭게 인식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정하다가 자칫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미 지원’용 정책이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투자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펀드 등 간접투자를 유도해온 것”이라며 “‘쏠림 현상’, ‘시장 과열’ 등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기관, 외국인, 개인 등 투자주체들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개미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자본시장 산업 전반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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