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연이 품은 건축물들…공존하니 아름다움은 배가 되네

뉴스1 제공 2020.08.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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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안도 타다오, 사람과 자연의 공존법을 말하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 뉴스1 이기림 기자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 뉴스1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제주도의 풍광은 세계적이다. 화산활동의 산물로 형성된 화산섬으로, 화산지형적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은 비단 자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건축물이 자연과 어우러져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여기에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삶까지 아우른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건축물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 1935~2011)과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79)의 작품들이다.

이타미 준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성을 표현한 건축가다. 그는 건축물이 세워질 장소의 고유한 풍토와 지역성을 살리는 작업을 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사람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



이타미 준은 어린 시절을 제주도와 닮은 일본 시미즈에서 보냈다. 그는 고향과 닮은 제주에서 생을 마치고 싶어 했으나, 도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제주에는 이타미 준의 '정수'가 남았다. 제주 서귀포시 비오토피아 내 생태공원에 있는 수(水)·풍(風)·석(石) 박물관,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수풍석 박물관은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은 박물관으로, 130만㎡ 규모 생태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명상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이 박물관에서는 자연과 사람, 건물의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다.

포도호텔은 제주 오름과 초가지붕을 모티브로 설계된, 자연을 담은 작품이다. 하늘에서 볼 때 포도송이 같다는 특징에 '포도호텔'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자연과 일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7대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주교회의 경우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지어진 성전 건축물로, 제33회 한국건축가협회의 건축물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실제 '노아의 방주' 같은 느낌을 주는 건물로, 교회이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교회 한 바퀴를 둘러보고 나면 자연과 건물의 조화가 느껴지고, 더불어 신성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세 건물 모두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어 돌아다니기에도 수월하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뉴스1 이기림 기자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뉴스1 이기림 기자
안덕면에서는 다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제주에 설계한 대표작 중 하나인 본태박물관이 이 지역에 세워져 있다.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며 순수 기하학적 형태의 건물에 빛과 물을 건축요소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한다.

안도 타다오의 이런 작업은 그의 작품이 회색의 칙칙한 콘크리트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맑은 하늘, 푸른 산과 함께 어우러지는데에 어색함이 없게 한다. 이를 통해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뿜어내는 공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이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 특히 수공간에 비치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본태박물관은 총 5개의 전시관으로 나뉜다. 전시장에는 전통 한옥의 공간에서 사용된 조선시대 생활유품부터,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 타다오의 특별 공간, 살바도르 달리나 피카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과 일본의 현대미술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유민미술관.© 뉴스1 이기림 기자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유민미술관.© 뉴스1 이기림 기자
안도 타다오의 다른 작품은 본태박물관에서 동쪽으로 64km가량 차를 타고 달리면 만날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에 가기 전 위치한 섭지코지에 있는 유민미술관도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유민미술관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소재하고 있는데, 미술관으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다. 리조트인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공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직접 차를 몰고 간 경우 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로비 앞에서 셔틀카트를 타야 한다. 셔틀비용은 무료다.

유민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섭지코지의 원생적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해 건물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건물을 방문한 사람이 섭지코지의 물, 바람, 빛,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이 건물 역시 안도 타다오의 특징인 노출 콘크리트로 제작됐다. 그러나 섭지코지의 자연, 더 확대하면 제주의 하늘과 바다, 식물을 느끼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빛을 받을 수 있게 건물이 만들어졌다. 미술관에서는 성산일출봉도 보인다. 자연과 별개의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다.

이 건물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건물의 모습과 구조만으로도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미술관으로 들어가다 보면, 명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어두운 미술관 내부에서 만날 수 있는 빛과, 형형색색의 유리공예 작품들을 보면 마치 중세 유럽의 성당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민미술관에는 1894년부터 20여년간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공예디자인 운동 '아르누보'의 유리공예 작품이 전시돼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 뉴스1 이기림 기자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 뉴스1 이기림 기자
미술관을 나와 위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드넓게 펼쳐진 제주도의 동쪽 바다를 볼 수 있는 글라스하우스를 만나게 된다. 이 건물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 특히 이곳은 곶의 끝에 세워졌기 때문에, 제주의 풍광을 장애물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제주도는 어디에서나 그 아름답고, 놀라운 풍광을 접할 수 있지만 말이다.

글라우하우스에는 민트 레스토랑과 카페, 스튜디오가 있기에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양식과 수제버거, 생과일주스, 커피 등을 먹을 수 있다. 민트스튜디오에는 셀프 스튜디오가 마련돼, 아름다운 자연을 뒤에 두고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또한 제주 바다의 모습과 소리를 표현한 미디어파사드가 조성돼 이를 보며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타미 준과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그리고 인근에 위치한 관광지와 먹을거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도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 비짓제주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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