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1세대 이택경이 찜한 104개 스타트업…5000억 투자유치 비결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09.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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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ICT·플랫폼 분야 집중 발굴, 72% 후속투자 유치...기업가치 1000억 예비유니콘 다수 탄생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사진제공=매쉬업엔젤스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사진제공=매쉬업엔젤스


"좋은 스타트업은 '어벤져스(인재)를 얼마나 모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시작하고 빨리 배울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로 평가합니다. 창업 당시 갖추고 있는 전문성보다 빠른 학습능력, 실행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실전에서 배우는 스킬을 훨씬 더 중요하게 봅니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창업을 할 땐 창업팀이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항상 시장의 수요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고, 시장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스타트업을 보는 '안목'은 지난 20여년간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서 수천개가 넘는 기업을 지켜보면서 형성된 기준이다. 그는 1995년 이재웅 대표와 함께 다음을 창업한 벤처 1세대 창업가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권도균 대표 등과 함께 프라이머를 창업해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2013년 매쉬업엔젤스를 결성해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벤처1세대 이택경이 찜한 104개 스타트업…5000억 투자유치 비결
기업가치 30억 초기기업 투자…10곳 중 7곳 후속투자 유치
매쉬업엔젤스가 지난 7년여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8월 말 기준 104개로 누적 투자금액은 약 13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2월 77억원 규모로 결성한 2호 펀드는 내년 상반기까지 소진할 계획이다.

2호 펀드에는 1·2세대 IT 창업자들이 출자자(LP·유한책임조합원)로 참여했다. 1세대 IT 창업자로 다음 창업자 이재웅, 네오위즈 창업자 장병규, 비트망고 창업자 이기섭 등이, 2세대 IT창업자로는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 레저큐 문보국 대표 등이 출자자로 나섰다. 내년에는 130억~150억원 규모의 3호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매쉬업엔젤스의 주요 투자 타깃이 되는 기업은 ICT 기반의 초기 스타트업으로 기업당 보통 5천만~3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며 “시드 단계에서 투자한 뒤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 후속투자까지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메쉬업엔젤스가 투자한 기업의 72%가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눔, 스캐터랩(핑퐁), 원더래빗(캐시워크), 튜터링, 시프티, 텐핑 등이 매쉬업엔젤스가 초기에 성공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한 기업들이다. 이중 마이리얼트립은 8월 현재까지 824억원, 스타일쉐어는 550억원의 후속투자(누적 기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그간 투자한 100여개 기업 중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유니콘 기업이 6~7곳 정도 탄생했다"며 "이들 기업 중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이 배출되는 것도 언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쉬업엔젤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목록/사진제공=매쉬업엔젤스지난해 매쉬업엔젤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목록/사진제공=매쉬업엔젤스
"스타트업 거품 논란 아직 이르다"
올해 매쉬업엔젤스가 주력해서 투자한 분야는 ICT·플랫폼 기업이다. 상반기에 이미 △알고리마(코딩과 수학 지식이 없어도 AI를 쉽게 이해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 △노써치(가전제품을 가장 현명하고 쉽게, 구매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 △JOFNB (한우를 기반으로 하는 외식업·유통업·HMR 을 제공) △코딧(정책, 입법, 규제 검색 및 전문가 매칭 플랫폼) △뮤팟(유튜버와 음원 저작권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등 10개 기업에 투자했다.

그는 "올해 투자한 기업이 유독 테크기업에 집중된 경향이 있지만 플랫폼이나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 시장에서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고 본다"며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서비스는 모래를 손으로 담아올리듯 '얼마나 플랫폼화를 잘 시킬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갈리는데 여전히 틈새시장이 남아있다"고 했다.

벤처 1세대로서 그는 최근의 창업환경을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과거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그만큼 기업 간 경쟁속도도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책자금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일부에서 오버 밸류에이션(고평가) 우려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선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처럼 터무니없는 거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정책자금이 많이 풀린다고 해도 미래가치라는 개념이 남용되던 '닷컴버블' 시기와는 다르다"며 "시장에 항상 고평가와 저평가를 오가는 기복이 있듯이 스타트업에 대한 인플레이션이나 고평가 상황이 잠시 지속하더라도 곧 적정 가치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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