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카오 손 놓은 삼성화재, '디지털 손보사' 설립 접고 독자노선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9.0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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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카카오 손 놓은 삼성화재, '디지털 손보사' 설립 접고 독자노선


카카오와 합작사 설립이 무산된 삼성화재 (277,500원 ▲500 +0.18%)가 디지털 종합손해보험회사(이하 디지털 손보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접고 자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화재가 다른 IT(정보기술) 업체와 손을 잡거나 단독으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자체 역량 강화로 선회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디지털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인원 8명으로 출발한 디지털사업추진단은 삼성화재 디지털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하고 현재 각 부서별로 분산된 디지털 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는 등 사실상 디지털 업무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조직개편 시기가 아님에도 삼성화재가 새로운 조직을 만든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삼성화재가 카카오페이, 카카오와 함께 추진하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중단되자 전사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전략의 새판을 짜기 위해 조직을 꾸렸다고 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와의 제휴나 합작사 설립을 통해 간적접으로 디지털 시장을 활성화하려던 기존의 전략이 IT 업체들과의 이해 상충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조직 신설은 앞으로 자체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당초 단독으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채널 때문에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전체 자동차보험 CM(온라인) 채널에서 점유율 50%가 넘는 독보적 1위다. 자사 내에서도 자동차보험 CM 채널 매출이 40%대를 넘어서며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한 보험사가 계열사 등을 통해 요율을 다르게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1사 1요율’을 권고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합작사든 계열사든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 다이렉트 채널을 통한 자동차보험 판매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때문에 앞서 한화손해보험도 SKT, 현대자동차 등과의 합작사인 캐롯손해보험을 만들면서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등 CM 채널 판매를 중단하고 캐롯손보에 넘겼다. 한화손보는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삼성화재는 얘기가 다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도 영향을 줬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디지털 손보사라는 특정 부문이 아닌 전사의 디지털 체질개선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뿐 아니라 대부분의 보험사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대면영업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모든 기술과 역량을 디지털에 총동원하는 추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카카오와 디지털 손보사를 추진하던 당시에 타깃으로 삼았던 시장과 상품, 업무 프로세스 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존 오프라인 시장과 많은 부분에서 동조화가 진행됐다"며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인해 전사 차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과제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독]카카오 손 놓은 삼성화재, '디지털 손보사' 설립 접고 독자노선
얼마 전까지 손해보험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던 공유경제 기반 보험 시장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감염병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공유경제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생활밀착형 보험들이 활성화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화재는 독자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IT업계와는 제휴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M&A(인수합병)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현재 삼성생명 등과 함께 400억원 규모의 전략펀드(CVC)를 조성해 국내 6건, 국외 3건 등 총 9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독자 노선을 택했더라도 디지털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결국 플랫폼 업체와의 관계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삼성화재가 직접 인슈어테크(보험+정보기술)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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