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위기…한국 조선3사 '금고'를 파봤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8.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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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조선산업]최근 10년간 한국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재무제표 보니

편집자주 독자에게 가치 있는 좋은 정보를 팔 수 있게 만든다(판다)는 의미와 산업 분야의 이슈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판다)는 의미로 마련한 코너입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규모 에지나 FPSO가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나이지리아를 향해 출항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중공업.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규모 에지나 FPSO가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나이지리아를 향해 출항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중공업.


10년간의 하향곡선을 그리던 조선업종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반짝 반등하나 싶더니 다시 발주한 선주사들의 계약취소라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해양플랜트인 드릴십의 주요 발주처인 시추업체들이 유가 하락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화이트닝 페트롤륨, 다이아몬 오프쇼어에 이어 밸러리스까지 연이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2011년경 정점에 올랐던 조선업종이 2014~2015년 최악의 손실로 바닥을 찍은 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지난해 회복의 신호를 보냈으나 올 상반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반기에도 수주 취소 가능성이 들려온다.

한국조선해양(이하 한국조선,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대우조선해양 (32,600원 ▼1,850 -5.37%)(이하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현재의 체력으로 다시 찾아오는 혹한기를 대비할 수 있을지를 점검했다.



삼성중공업 5년 연속 적자...올 상반기에도 이어져
조선업종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한번 수주해서 실제 고객에게 제품이 인도될 때까지 2~3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해 최근 10년간 기업의 체력을 가늠하는 기본 지표인 매출과 영업이익의 추이를 보면 실제 체력을 알 수 있다. 이로 볼 때 삼성중공업의 최근 상황이 다른 경쟁사들보다는 좋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1~2014년까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그 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이 2011~2016년 중 2013년 흑자를 빼고 모두 적자를 내다가 2017~2019년 흑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우조선은 2015년말부터 KDB산업은행이 부채를 출자전환하고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재정적인 부담을 줄인 영향이 컸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중공업은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이 흑자를 기록한 올 상반기에도 7556억원 가량의 적자를 봤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에는 3524억원의 흑자를 내 영업이익률 9%로 3사 중 이익률이 가장 높았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한국조선이 104.6%, 대우조선 175.8%, 삼성중공업이 211%였다. 삼성중공업 (9,470원 ▼170 -1.76%)은 부채가 자본의 두배다. 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3사가 각각 139.6%, 144.4%, 98.4%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삼성중공업도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3조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심각해 보이는 재무상태는 아니지만 타 경쟁사에 비해서는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중공업의 시장점유율은 15.3%로 지난해 27.6%에 비해 12.3% 포인트 급락했다. 한국조선해양 (127,300원 ▼2,100 -1.62%) 3사의 합계 점유율이 같은 기간 51.9%에서 42.8%로 9.1%포인트 떨어진 것보다 낙폭이 컸다.

다시 찾아온 위기…한국 조선3사 '금고'를 파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적은 2~3년전 수주한 선박의 결과인데, 삼성중공업의 경우 선주들이 발주한 드릴십의 인수를 거부한 영향으로 재고자산이 늘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모잠비크나 러시아 LNG 프로젝트 등 대형 수주 계약을 앞두고 있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지표의 함정…실제 돈이 들어왔을까?
조선산업을 분석할 때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3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리는 수주공사의 특성상 해당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실제 그 회사가 판 물건의 값을 현금으로 당장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조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146억원 흑자인데, 이 기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하 영업현금흐름)은 -2978억원이다. 대우조선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524억원이지만, 영업현금흐름은 -2829억원이다. 손익계산서에서는 플러스이지만, 현금흐름표에서는 각각 약 300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유는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가 가지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매출채권이나 계약자산 등으로 아직 받지 못한 돈의 계정으로 인해 재무제표상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매출채권은 매출이 발생했는데 아직 돈이 안 들어온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익을 계산할 때는 실제 현금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여기서 발생한 이익도 회계장부상 영업이익에 포함을 시킨다. 재고자산을 재평가해 가치가 떨어지면, 현금 유출이 없더라도 재고자산평가손으로 영업이익에서 손실 부분만큼 빼기도 한다. 실제 현금 유출입과 상관없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판매와 대금 회수 사이에 2~3년의 시차가 나는 수주산업(건설업도 유사)의 특성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만들 1조원 짜리 배 한척을 수주했다고 할 때 그 해에 바로 1조원을 매출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예정원가를 기준으로 3년간으로 나누고, 해당 기간에 들어가는 실제 공사비로 공정진행률을 정해 그 비율에 따라 수주금액만큼 매출로 잡는 것이다.

배를 건조하는 공정 진척률에 따라 첫해 20%(2000억원), 둘째 해 30%(3000억원), 마지막 해는 50%(5000억원) 등 매출이 잡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설계와 발주 단계에서는 매출이 적고, 마지막 해에 90% 이상의 매출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제 돈이 회사 통장에 들어오는 것과도 다르다.

발주처와 수주처가 대금지급 계약시 첫해에 총 매출의 20%만 지급하기로 했다면 실제 첫해에 30%의 일을 해도 매출은 20%만 계상하고, 10%는 계약자산(미청구공사 금액)으로 잡힌다. 미수금인 셈이다.

이 매출을 기반으로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을 제한 금액을 영업이익이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실제 회사의 현금흐름과는 차이가 난다. 현금흐름은 실제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준으로 해 가상 매출이나 영업이익과는 달리 현재 자금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규모 해양플랜트 등의 수주 때 많이 사용되는 헤비테일 수주의 경우 선박 공정의 5단계(RG 발급·절단·탑재·진수·인도)에서 마지막 단계인 인도 단계에 대금의 80~90%를 지급받는 방식인데, 이 경우 현금흐름이 좋지 않고, 계약자산의 규모가 커져 수주 취소시 타격이 크게 다가올 수 박에 없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소브콤플로트로부터 수주한 LNG추진 유조선 조감도/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현대삼호중공업이 소브콤플로트로부터 수주한 LNG추진 유조선 조감도/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
흑자 났지만, 올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모두 마이너스
그래서 기업활동에 있어서 튼실한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볼 때 반드시 현금 흐름을 체크해야 한다.

올 상반기 한국조선, 대우조선은 각각 2146억원, 3524억원의 영업흑자를 냈고, 삼성중공업은 -755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을 보면 양상은 다르다. 한국조선,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이 각각 -2978억원, -2803억원, -6892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마이너스로 이를 합하면 -1조 2673억원이다. 올 상반기에 영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 만큼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이유는 써야 할 돈은 나가는데, 들어와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시 찾아온 위기…한국 조선3사 '금고'를 파봤다
약 10년간(올 상반기 포함) 한국조선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93억원 플러스에 그쳤다. 대우조선은 총 -2조 1589억원, 삼성중공업은 총 -1조 2202억원 가량으로 마이너스였다. 한국조선을 빼고는 약 10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못 벌었다는 게 현금흐름표가 말해주는 내용이다.

투자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한국조선이 3조 1679억원, 대우조선이 2조 146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 8048억원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이 같은 투자비를 감당하기 힘드니,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유상증자, 회사채발행, 배당 등)에서 대우조선이 단연 두드러진다.

한국조선은 6조 1501억원을, 삼성중공업은 3조 4339억원을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했는데, 대우조선은 12조 7958억원을 끌어들였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한국조선과 삼성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의 부채를 출자전환하고 자금을 끌어들인 것이 여기에 나타난다.

주: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플러스(+)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유상증자나 대출, 배당수익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인 것을 의미하며, 재무현금흐름 마이너스(-)는 대출한 부채를 갚거나, 주주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현금이 외부로 나간 것을 의미함.주: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플러스(+)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유상증자나 대출, 배당수익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인 것을 의미하며, 재무현금흐름 마이너스(-)는 대출한 부채를 갚거나, 주주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현금이 외부로 나간 것을 의미함.
앞으로의 부실 문제는 계약자산(구 미청구공사) 규모
수주산업은 공사진척도에 따라 매출을 반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익을 산정하는 만큼 공사를 하고도 계약 조건상 대금지급일이 아직 안되서 못받은 돈(계약자산, 구 미청구공사)과 공사를 하지 않았지만, 계약조건상 먼저 더 받은 돈(계약부채, 구 초과청구공사)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서 재무 안정성이 결정된다.

계약자산과 별개로 계약조건상 대금지급일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데도 아직 못 받은 것은 매출채권으로 계약자산과는 별도 계정에 반영한다.

계약자산이 늘어날수록 향후 못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돈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어서 좋지 않은 신호다. 특히 매출과 비교해서 비율이 높거나, 계약부채에 비해 계약자산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미리 받은 돈보다 아직 못받은 돈이 더 많다는 의미로 재무적으로는 부정적 시그널이다.

주: 계약자산은 과거 미청구공사와 같은 개념으로 실제 공사를 진행해 비용은 투입됐지만, 계약서상 대금 청구 기한이 도래하지 않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해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이다. 계약부채(초과청구금액)는 아직 비용투입은 되지 않았지만 계약상 미리 받은 대금으로 반대개념이다. 주: 계약자산은 과거 미청구공사와 같은 개념으로 실제 공사를 진행해 비용은 투입됐지만, 계약서상 대금 청구 기한이 도래하지 않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해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이다. 계약부채(초과청구금액)는 아직 비용투입은 되지 않았지만 계약상 미리 받은 대금으로 반대개념이다.
3사의 계약자산은 2011년 13조 6809억원에서 지난해말 10조 350억원으로 26.6% 줄었다. 대우조선의 경우 2018년 4조 3720억에서 2019년에 2조 2109억원으로 약 2조 1000억원 가량 줄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인도가 미뤄졌던 해양플랜트를 팔아 1조원이 줄었고, 경기위축으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1조원 가량 계약자산이 함께 감소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계약자산이 줄어든 것은 공사를 하고 못받은 돈이 줄었으니 좋아 보이지만 3사의 매출이나 계약부채의 증감과 비교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기간 조선업종의 침체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3사 합산 매출이 약 82조원에서 약 34조원으로 58.8% 줄어들었다. 한 일(매출)이 줄었으니, 못 받은 돈(계약자산)도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미리 받던 3사의 계약부채(구 초과청구공사)는 2011년 16조 7157억원에서 2019년 5조7063억원으로 65.9% 줄었다. 미리 받은 대금으로 아직 못받은 대금을 메우는 형태인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이 못받은 미수금보다 더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계약자산(받을돈)을 계약부채(줄 제품)로 나눈 계약부채비율을 보면 2011년 81.8%에서 올 상반기 194.3%로 높아졌다. 받을 돈을 다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최근 계약해지 등의 상황으로 볼 때 미청구 공사인 계약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리스크가 크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 계약부채는 과거 초과청구공사와 같은 개념이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계약서상 대금지급이 먼저 이뤄진 것으로, 계약자산(미청구공사)의 반대개념이다. 계약자산의 감소폭보다 계약부채의 감소폭이 크다. 계약부채의 감소는 매출 감소의 영향이 가장 크다.주: 계약부채는 과거 초과청구공사와 같은 개념이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계약서상 대금지급이 먼저 이뤄진 것으로, 계약자산(미청구공사)의 반대개념이다. 계약자산의 감소폭보다 계약부채의 감소폭이 크다. 계약부채의 감소는 매출 감소의 영향이 가장 크다.
계약자산을 매출로 나눈 비중도 2011년 16.7%였던 것이 지난해말에는 31.2%까지 높아졌다. 기업의 매출 규모에 비해서 미청구공사 금액이 많아지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선주들 드릴쉽 7척 인수거부…자금경색 우려, 정부 지원 절실

대부분의 계약자산들은 장기간에 걸친 수주공사의 특성상 경기 위축 등으로 고객들이 발주한 배의 인수를 거부할 경우 공사 종료기간 연장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추업체들의 파산신청은 우리 조선업계의 마른 금고를 더욱 타들어 가게 하는 우울한 소식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5척, 대우조선해양이 3척(5척 중 2척은 아직 미인수 여부 미정) 등 선주에게 인도하지 못한 드릴십이 있다. 이들 드릴십에 대해 받은 비용이 30%~60% 정도로 전액 손실은 아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돼 올 상반기에 예상 목표매출의 20%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며 "이는 2~3년 후의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미래를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하반기 일부 수주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이는 '배고픈데 허기를 면하는' 정도다"며 "정부가 항공과 해운업에 대해 기간산업안정기금 우선대상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산업에 대해서도 혹한기에 쉽게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이미 만들어놓은 해양플랜트들을 팔 곳이 없어 단기적인 자금 경색이 올 수 있다"며 "정부 공공물량 발주 등과 함께 자금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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