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67th 생일날, 현장을 뛰는 해양경찰

머니투데이 김홍희 해양경찰청 청장 2020.09.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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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장 / 사진제공=해양경찰청해양경찰청장 / 사진제공=해양경찰청


1953년.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올해 67세이다. 예쁜 손주의 재롱을 보며 열심히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감회에 젖어들 나이일 것이다. 올해 9월 10일 해양경찰도 67세가 된다. 우리 바다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백년 넘게 달려오는 동안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9월의 어느 이른 아침. 창밖으로 제법 싸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올해도 몇 차례 예상되는 반갑지 않은 초가을 태풍과 함께 현장이 걱정된다. 낚시객들이 즐겨찾는 갯바위나 방파제에 집채만한 파도가 들이치지는 않을까? 몰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있지 않을까? 몇 백 킬로가 넘는 먼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선들은 대피를 했는지?



바다의 기상이 나빠지면 해양경찰은 더 바빠진다. 선박들을 일일이 대피시키고, 24시간 긴급출동 태세를 유지한다. 가까운 갯바위에서부터 망망대해까지 어느 곳이든 국민들이 부르면 신속히 달려가고 있다. 이럴땐, 국민들의 안위과 함께 우리 대원들의 안전도 늘 걱정된다.

지난 6월 통영의 한 해저동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민간다이버 2명이 높은 파도에 휩쓸려 고립되었다가 무사히 구조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故 정호종 경장과 같이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가 하늘의 별이 된 직원들이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찾아 온 기념식. 먼저, 그들의 고귀한 넋을 추모한다.



해양경찰의 경비구역은 한반도의 4.5배에 달하는 바다이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37만여 척의 선박이 무역항에 입출항하며, 어선 6만6000여 척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의식 부족이나 법령위반 등으로 지난 해 총 3,820척의 선박사고가 일어나 3,758척(98%)이 구조되었으며 8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또 갯바위나 방파제 등에서 발생하는 연안사고로 186명이 사망·실종되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형 수상레저기구가 다양화되고 있으며, 요트와 같은 해양 레저도 활발해지고 있다. 앞으로 국민들이 해양경찰에 의지하는 바가 더욱 클 것이다. 해양경찰의 현장은 더욱 복잡해지고 바빠질 것이다.

올해는 ‘현장에 강한, 신뢰받는 해양경찰’이라는 슬로건을 정하여 실천하고 있다. 바다에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그 때, 늦지 않게 달려갈 수 있도록 분초를 다투어 출동체계를 확립하고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기술이 적용된 무인선박, 수중 CCTV·드론 등의 첨단장비도 개발 중이다. 더 빠르고 똑똑한 현장 임무 수행이 기대된다.


올해 67주년 기념식은 장기적인 코로나19 여파로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인 만큼 행사는 대폭 축소하고, 사회봉사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해안가 쓰레기 정화활동, 수재민 성금, 헌혈영웅 6,700명 찾기 등을 실시한다. 역대 기념일과는 다르게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에서 의미있는 일을 찾아 뛰는 것이 올해의 행사이자 '생일턱'이다.

라틴어로 ‘시대의 새로운 질서’이자 ‘New Order’를 뜻하는‘노브스 오르도 세클로룸(Novus Ordo Seclorum)’이 해양경찰에 찾아왔다. 올해 나이 67세,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부터 시행된 해양경찰법에 근거해 든든한 갑옷을 새롭게 차려 입었으며, ‘현장에 강한 해양경찰’이 되어달라는 명령을 받았다. 우리 1만3천여 해양경찰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국민 앞에 다짐하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해양경찰 새내기들에게는 9월 10일의 역사적 의미와 해양경찰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현장에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해양경찰의 힘찬 항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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