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호주머니 채워준 '호구' 이통사…삼성·LG 사용자는 '호갱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박효주 기자, 유선일 기자 2020.08.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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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갑질'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금을 내놓겠다고 밝힌 24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그간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 단말기 광고비용과 무상 수리비용 등을 부담시킨 행위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보고 심사해왔다. 2020.8.24/뉴스1(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갑질'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금을 내놓겠다고 밝힌 24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그간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 단말기 광고비용과 무상 수리비용 등을 부담시킨 행위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보고 심사해왔다. 2020.8.24/뉴스1


아이폰 사용자들이 소비자 보증기간 안에 제품을 수리받으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1대당 4만원을 애플에 지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이 제안한 자진시정안(잠정 동의의결안)을 외부에 공개하면서 애플의 갑질 행위가 상세히 밝혀졌다.

아이폰 등 자사 제품 한국 광고비도 이런저런 기금 명목으로 이통사들로부터 받았다. 애플의 대표적인 갑질 사례들이다. 애플의 글로벌 정책이라지만, 경쟁사들보다 ‘아이폰’을 더 좋은 조건으로 수급하려했던 이통사들의 출혈경쟁이 스스로 ‘을’의 사슬에 가뒀다는 분석도 있다. 이통사들의 ‘애먼’ 비용들이 애플 호주머니로 들어가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역차별 받아왔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보증수리 때마다 이통사가 4만원 부담…공개된 애플의 갑질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애플의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이통3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개된 애플의 자진시정안에 따르면, 애플은 소비자가 보증기간 내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을 수리받으면, 이통사로부터 1대당 4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보증수리 촉진 비용’ 명목이다. 제조사가 당연히 부담해야할 수리비를 이통사들에게 보전받은 것이다. 이통사들은 분기별로 계산해 애플에 지급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제조사들은 요구하지 않는 항목이다.



애플은 자사가 제작·집행하는 광고(아이폰 등 단말기)에 드는 비용도 이통사로부터 받았다. 이른바 ‘광고기금’을 조성해 이통사에게 광고비를 떠넘겼다. 애플은 분기마다 이통사에 광고기금 지급을 요구하는 청구서·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애플은 또 이통사가 애플 단말기 광고를 자체 제작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해 매년 일정 금액을 ‘이통사 광고기금’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이통사가 직접 돈을 들여 만드는 광고에도 애플은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간섭했다. 이통사가 애플 내부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면, 애플이 심의해 허가·취소·거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애플 호구된 이통사…삼성, LG폰 사용자 역차별?
애플의 이통사 갑질이 본격화된 건 2009년 KT에 이어 2011년 SK텔레콤이 아이폰 출시 대열에 합류하는 등 이통사간 경쟁이 불붙으면서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하면서 국내 이통사들이 ‘줄서기’에 바빴다. 이통3사는 흥행의 보증수표였던 아이폰을 경쟁사보다 더 많은 물량을, 더 나은 조건으로 출시하기 위해 애플에 대해 저자세를 감수했다. 이통사들이 애플의 TV·옥외 광고비와 매장 내 전시·진열비, 수리비, 지원금 등을 일방적으로 떠맡는 ‘불평등 계약’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했던 이유다. 공개된 자진시정안에 따르면, 애플이 ‘어떤 사유로든 또는 아무런 사유 없이도’ 60일 전 서면통지만으로 이통사와 계약을 끊을 수 있었던 반면, 이통사는 ‘지급불능 상태’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계약 해지가 가능했다. 애플에 어느 정도 일방적인 계약들이었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각에서는 지난 수년간 이통사들이 불합리한 비용을 애플에 지출한 탓에 삼성, LG 등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마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 아이폰 광고나 무상 수리비 비용 등이 이통사들의 비용 지출 항목에 반영됐고, 이는 고스란히 이동통신 전체 이용자들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 한 이용자는 “결과적으로 통신요금 할인 등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야 될 돈이 고스란히 애플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던 셈”이라고 따졌다.


애플의 자진시정안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애플은 자진시정안을 통해 이통사들로부터 받던 보증수리 촉진 비용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상생기금 1000억원 중 250억원을 아이폰 유상 수리비와 폰보험(애플케어플러스) 가입시 10% 할인하는데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악명 높았던 애플의 AS 정책을 감안하면, 공정당국의 과징금 칼날을 피하기 위한 ‘꼼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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