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6.30/뉴스1
이 간단한 말에 사모펀드 시장 해법이 담겨 있다. 기존 사모펀드가 그만큼 기형적이었다는 자성인 셈이다. 사모가 사모다울 때 신뢰를 잃은 사모펀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국형 헤지펀드는 사실상 ‘준(準) 공모펀드’이지 사모펀드라고 할 수 없다”며 “은행과 증권사의 고객 창구를 통해 1억원만 있으면 사실상 아무나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사모펀드라는 것은 사모펀드 정의(定義)와도 아예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임은 펀드 환매에 제약을 초래하는 만기 미스매치 구조가 핵심 문제로 지적됐고 옵티머스의 경우에는 투자제안서와 다른 자산을 편입해도 감시를 피해갈 수 있었던 제도 허점 등이 원인이었다. 디스커버리 등 해외펀드는 허술한 해외실사, 정보 비대칭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이들 사고들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공통 분모가 있다. “사모가 사모답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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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계기로 너도 나도 손쉽게 운용사를 만들어 각양각색의 펀드를 출시했다. 당시 적격투자자 범위도 확대됐다.
투자식견이 부족한 비(非)적격 투자자들이 제도 변경 덕분에 ‘적격투자자’로 떠받들어지며 사모펀드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사모펀드 활성화’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론 ‘사모의 공모화’에 불과했다.
옵티머스 주범들처럼 선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양떼 속 늑대처럼 활개치며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환경이 이 때 조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터진 사고는 법규 개정과 사모펀드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유사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면 ‘시장과 투자자의 미스매칭’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는 선수끼리, 사모는 사모답게 운용해야 잇따르는 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는 본래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사인(私人)간 계약’ 형태를 띤다. 펀드별 투자자 수도 49인 이하여야 한다. 사모펀드 운용의 자유는 투자자-운용사 간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속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펀드들이 ‘사모펀드’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각종 ‘시리즈 펀드’로 만들어져 수천명에게 수천억 팔려나가고 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대규모 손실을 야기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는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위험 투자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개인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도 현행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올려 진입 문턱을 높인다. 2019.11.14/뉴스1
즉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를 모두 없앤 전문가들만의 완벽한 사모펀드 시장 △공모와 사모의 중간 정도로 운영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규제가 적용되는 시장으로 이분화하는 법이다.
윤 교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민간 기관들이 LP(출자자)인 PE(프라이빗에쿼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서는 라임이나 옵티머스 등과 같은 사건들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투자자도 운용사도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 고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창출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전규제 외에도 사후적 징벌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피해금액만 650억달러(한화 약 77조원)에 달해 사상 초유의 사모펀드 사기로 일컬어지는 ‘메이도프 폰지사기’의 주인공,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에 대해 미국 법원은 징역 150년, 벌금 1700억달러를 부과하고 부인과 가족 명의의 재산도 몰수했다.
반면 한국은 ‘사기도 잘 하면 벤처’라는 말이 돌 정도로 금융사범에 대한 징벌 수위가 약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은 사후 규제가 너무 약해 상대적으로 사전 규제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러나 사전 규제를 무시하고 수백억 사기를 쳐도 벌금으로 몇 천만원만 내도 된다면 펀드 사기는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