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무공천→재난지원금'…이낙연vs이재명, 일찌감치 대권경쟁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20.08.2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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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1·2위를 다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흙수저 공방'에 '무공천 논재'에 이번에는 재난지원금 정책에서도 경쟁을 벌인다.

이 지사 특유의 '사이다' 발언이 호응을 얻으며 최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을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관록과 품격에 걸맞은 신중함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이 의원이지만, 최근 당권 경쟁을 기회로 삼아 이전보다 적극적인 소신 발언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흙수저 출신" VS 이낙연 "가난한 농부의 장남"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신경전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달 이후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단 이후 '족쇄'를 벗은 이 지사가 대권 의지를 드러낸 과정에서 이 의원과의 차별화를 위한 '흙수저론'을 꺼내 든 게 시작이었다.

이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이 의원)은 엘리트 대학 출신이고 기자 하시다가 발탁돼서 정치권에 입문하고,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잘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저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하다가 (성남)시장 한 게 다"라고 했다.



이 지사의 평가에 이 의원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당시엔 다 어렵게 살았다"면서 "저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 대체로 그 시대가 그랬지 않은가, 그것을 가지고 논쟁한다는 건 국민들 눈에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때 아닌 '흙수저' 경쟁은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체성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됐다. 궁핍한 환경 속에서 써내려 온 정치인의 성공 신화는 서민층과의 심리적 유대감을 좁히는 대선주자의 주요 덕목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인터뷰 /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이재명 경기도지사 인터뷰 /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서울시장 후보 '무공천' 두고 대립각
두 대권주자의 다음 논쟁 주제는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후보의 민주당 '무공천 논란'이었다. 이번에도 이 지사가 먼저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전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중대비리가 아닐 수 없다"면서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바통을 넘겨받은 이 의원은 곧바로 응수했다. 그는 재보궐선거가 내년 4월로 시일이 남은 만큼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건 연말쯤이다. 몇 개월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움부터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어떻게 하는 게 진정 책임 있는 처사인가 당내·외 지혜를 모으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고조되던 두 사람의 지난달 30일 당 대표 후볼 출마해 유세 중인 이 의원이 경기도청을 직접 방문해 이 지사와 회동하면서 다소 소강상태로 빠져드는 듯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명의 지지율 역전…긴급재난지원금 두고 소신 설전
최근 대권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의 자리바꿈과 코로나19 재유행은 두 사람 간 경쟁의 환경을 바꿨다. 우선 지난 7개월 가량 선호도 1위를 지키던 이 의원이 2위로, 대법원 판결 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던 이 지사가 1위로 올라섰다. 보수야권의 중량감 있는 대권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인 만큼,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슈였다.

설전은 2차 재난지원금 이슈에서 펼쳐졌다. 이 의원은 2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그리고 더 두텁게 도움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는 것이고 저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출신으로 평소 신중하고 품격 있는 언변을 뽐낸 이 의원이 "신념"이란 단어로 선별복지를 선택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지사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피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반면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이 지사는 "앞으로 한두 번 더 상황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에서, 이번에는 두 번째니까 30만원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3·4차 지급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전제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또 "새로운 위기에는 질적으로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특유의 '사이다' 행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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