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인 지난 3월 13일 기준 공매도 잔고(공매도 한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수익률(3월13일~8월28일)은 이날 기준 56.7%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2.87%)을 큰 폭으로 웃돈다.
지난 3월 13일 기준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셀트리온 (183,800원 ▼400 -0.22%)(9.35%)이다. 당시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수량은 약 1200만주로, 2조45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이후 잔고 비중(25일 기준)은 3.21%포인트 줄었고, 주가는 78.6% 올랐다.
비중이 두번째로 높았던 롯데관광개발 (9,750원 ▼240 -2.40%)은 6.78%로, 공매도 잔고수량이 504만주에서 464만주로 8% 가까이 줄었고, 주가는 97% 넘게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 (8,560원 ▲120 +1.42%)는 공매도 비중이 되레 줄어들었지만, 주가는 150% 이상 뛰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
공매도 금지가 꼭 주가상승을 견인한다고 결론 짓기는 어렵다. 하락한 종목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64,200원 ▲1,200 +1.90%), 호텔신라 (60,600원 0.00%) 등은 오히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주가가 각각 8%, 5% 넘게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숙박업의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다.
상승 종목의 개별 호재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50% 넘게 급등한 파미셀 (6,250원 ▼160 -2.50%)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의 주원료인 '뉴클레오시드'를 생산하는 업체다. 파미셀은 글로벌 진단용 및 의약용 뉴클레오시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80% 가까이 상승한 셀트리온 (183,800원 ▼400 -0.22%) 역시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1818억원, 매출은 82% 늘어난 4288억원에 달한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유럽시장에서 큰 성과를 낸 덕분이다.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 (176,200원 ▼4,700 -2.60%)는 미국 테슬라 및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가 랠리를 펼치며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글로벌 양극재 업체 중 유일하게 니켈 비중 90%의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원배·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헬스케어 등 일부 업종 및 중소형 종목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시장 전반적인 관점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미치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투자 심리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로 일부 종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 중 공매도 금지 후 숏커버(공매도 청산을 위한 재매입)와 수익률의 상관성이 명확했고 최근 업종 대비 수익률이 부진한 종목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종목은 숏커버의 수혜를 봤으나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다시 공매도가 몰릴 수 있다는 이유로 소외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