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은 '여행 붕괴'…'트래블 버블' 도입하면?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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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중심의 제한적 안전 해외여행망 구축 통한 영업활동 가능성…코로나 사태 심각해진 현재로선 시기상조

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가 휴가철을 맞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가 휴가철을 맞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곤두박질친 글로벌 여행수요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사 위기에 처한 여행·항공업계에선 방역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꽉 막힌 여행교류를 제한적으로나마 재개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s)'을 활로로 제시한다. 방역이 우수한 국가의 여행객에 대해서는 격리 조치를 면제해주는 트래블 버블을 통해 글로벌 여행·항공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숨통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행일자리 1억개 증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여행수요가 전년 대비 급감한 모습(위)과 시기별 여행제한 해제에 따른 여행수요 회복 모습(아래). 올해 12월까지 여행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여행수요는 전년 대비 -7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UNWTO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여행수요가 전년 대비 급감한 모습(위)과 시기별 여행제한 해제에 따른 여행수요 회복 모습(아래). 올해 12월까지 여행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여행수요는 전년 대비 -7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UNWTO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산업이 존폐기로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5월 글로벌 여행 피해액이 3200억 달러(약 3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피해 규모가 3배에 달한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전 세계 관광산업 종사자 1억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닫고 하늘길을 막으며 여행교류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UNWTO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제한이 12월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총 해외관광객은 전년 대비 7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과 5월 글로벌 여행객 수는 각각 전년 대비 -97%, -98% 줄어들었다.

국내 여행 생존 시계도 '제로(0)'
머지 않은 '여행 붕괴'…'트래블 버블' 도입하면?
이 같은 코로나19 쇼크 여파는 국내 여행산업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방한 여행객과 국민 해외여행객이 모두 전년 대비 95% 이상 급감, 국내 지역감염 확산으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삼대 축이 모두 무너졌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 피해액이 3조4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스럽게 사업을 접는 여행사도 속출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등록 여행사는 2만1617개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612개 줄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형여행사의 매출도 95% 가량 급감하는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 중·소여행사들이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연말까지 업황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하반기는 여행사 폐업 도미노가 현실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위기의 여행·항공 "'트래블 버블' 도입하자"
코로나19이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된 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한 여행객들이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코로나19이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된 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한 여행객들이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여행업계에선 트래블 버블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일 한국여행업협회 '코로나19 위기극복 여행 산업 세미나'에서 김진국 하나투어 대표는 "상호호혜주의에 입각해 코로나19 무증상자는 입국시 의무격리기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채종훈 대한항공 본부장도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코로나 상황이 양호한 국가들과 트래블 버블을 통한 제한적 상호 교류 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우수 국가의 여행객에 대해 격리를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안에선 자유롭지만 거품(버블)처럼 외부와는 방역 차단막이 있다는 개념으로, '에어 브릿지(Air Bridge)'로도 표현된다. 방역 역량이 인정되는 상대국에서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으면 '면역 여권' 등을 발급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발트 3국이 '발틱 트래블 버블'을 운영 중이고, 태국과 호주 등도 이를 검토 중이다.


'여행 좀비', 결국 여행교류 재개돼야 생존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여행·항공 주요 플레이어들이 트래블버블을 활로로 제시한 이유는 결국 관련 산업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 여행교류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현재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계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 사실상 '여행 좀비기업'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업 자체가 전무하다. 결국 여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 시점에선 트래블 버블이 유일한 대책이란 것이다.

국내 여행업계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등 해외여행 관련 패키지(PKG)와 부분적 해외개별여행(FIT) 영업에 치중해온 만큼, 트래블버블이 '국내여행 활성화'보다 더 직접적인 자구책이 될 수 있단 판단도 있다. 게다가 이 경우 방역 등을 위해 여행통제가 이뤄져야 한단 점에서 자유여행보다 출국·현지일정·입국 모든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안전여행 패키지 상품이 필요해지는데, 이를 여행사들이 책임질 수도 있다.

코로나 2차 유행 조짐, 당장 실현 가능성↓
지난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론 트래블버블 해법의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코로나 상황이 지난 8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하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대유행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거론되는 시점에서 제한적으로라도 해외여행을 재개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해외에서도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던 태국이 코로나 팬데믹에 연말로 미루는 모양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함에 따라 트래블 버블 논의는 다소 시기상조"라면서도 "국내 여행산업 구조가 인아웃바운드 해외여행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여행 활성화보단 방역 원칙 하에 여행교류를 재개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여행산업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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