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형 카드' 만든 이 남자, SKT를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8.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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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휘 SK텔레콤 통합브랜드/UX그룹장 인터뷰…"통신회사에서 ICT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브랜딩 고민"

"통신회사? 이제는 ICT(정보통신기술) 종합회사!"

SK텔레콤 (51,000원 ▼100 -0.20%)이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이 2017년 취임 일성으로 "뉴 ICT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굿바이 텔레콤'을 선언하면서부터다. 통신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보안·인공지능(AI)·미디어 등 종합 ICT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각오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중 32% 가량이 비(非) 통신 사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의 뇌리엔 SK텔레콤은 '잘 나가는 통신사'다. 한번 고착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박정호 사장이 지난 1월 "사명을 바꿀 때가 됐다"고 언급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SK텔레콤 이미지 변신 프로젝트의 최전방에 선 이가 있다. 차종휘 SK텔레콤 통합브랜드/UX그룹장이다. 그는 업계에 잘 알려진 브랜딩 전문가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2018년 SK텔레콤에 영입되기 전 그는 현대카드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현대카드가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세로형 카드가 그의 작품이다. 일반적인 가로형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세로형 디스플레이 방식을 쓰는 디지털 N세대에 착안해 기획했다고 한다.



SKT '통신'→'ICT 종합기업'…"어려운 용어부터 바꿔야죠"
SK텔레콤 차종휘 브랜드 UX 그룹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SK텔레콤 차종휘 브랜드 UX 그룹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차 그룹장이 SK텔레콤으로 건너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SK텔레콤 계열사들과 서비스 브랜드들을 통합 정비하는 임무였다.

SK텔레콤엔 SK브로드밴드, ADT캡스, SK플래닛, 11번가, SK엠엔서비스 등 계열사 및 자회사 상품 브랜드들이 있다. 그런데 ADT캡스, 11번가, OK캐쉬백 등 상품 브랜드에 'SK'가 들어가지 않다 보니 SK텔레콤 계열 서비스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차 그룹장은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SK텔레콤 계열 서비스 브랜드들을 직접 마주쳤을 때 통일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각각의 개별적인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컨셉트를 모아 SK텔레콤의 정체성이 묻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SK텔레콤 통합 디자인 가이드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통합 관리 시스템이다. 차 그룹장은 "SK텔레콤 계열사들이 진행하는 마케팅에서 문제 되는 표현은 없는 지 검수하고, 각각의 홈페이지나 SNS 등에 SK텔레콤 색깔인 빨간색과 오렌지 색을 입히는 등 일관성을 견지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로형 카드' 만든 이 남자, SKT를 바꾼다

그는 기업 내부의 조직문화 브랜딩도 맡고 있다. 글로벌 디자인 시상인 '2020 레드닷어워드'에서 수상한 온보딩키트가 대표적이다. 온보딩 키트는 SK텔레콤 신입사원들을 위해 제공되는 키트로, 이동통신과 'New Biz(성장사업)'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1990년대 '스피드011'로 대표되던 2G 시절 SK텔레콤 대표색이었던 파란색과 현재 시그니처 컬러인 빨간색으로 조화와 시너지를 표현한 부분이 주최측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신입사원들에게 '이 회사가 생각만큼 옛날 회사 아니다', '전통적으로 통신회사로 알고 있지만 더 이상 통신회사가 아니라 ICT 기업으로 나가고 있다', '젊은 회사가 될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브랜딩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해 한글날엔 부서에서 '사람잡는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 SK텔레콤과 계열사 구성원들에게 배포했다. 어려운 통신이나 ICT 용어를 읽기 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써서 고객들과 소통해보자는 취지다.

"SKT스럽게 고객에게 한걸음씩 다가가겠다"
SK텔레콤 차종휘 브랜드 UX 그룹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SK텔레콤 차종휘 브랜드 UX 그룹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쟤네 많이 달라졌네?' 소릴 듣는 것, 그게 제가 SK텔레콤에 있는 동안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차 그룹장의 목표다. ICT 사업 확장으로 달라진 기업 이미지를 브랜딩하고 싶다고 했다.

차 그룹장은 "사람도 변화를 나타내고 싶을 때 머리를 염색을 한다거나 옷을 새로운 스타일로 바꿔 입는다. 디자인도 사람하고 똑같은 생명체"라며 "아예 회사명을 바꾸는 안까지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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