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생활만 22년째 베테랑, "금호석유화학 '나홀로 실적' 비결은…"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8.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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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근 부사장, "잘하는 사업만 한다"는 경영철학 강조…신뢰의 노사관계도 듬직

임원 생활만 22년째 베테랑, "금호석유화학 '나홀로 실적' 비결은…"


"금호석유화학은 무리하게 다른 기업에서 벌이는 사업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존 사업군에서 잘하는 사업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코로나19(COVID-19)에도 좋은 실적을 거둔 이유는 이런 경영철학 덕분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에서 임원으로만 올해로 22년째 근무 중인 송석근 부사장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자신감의 근거는 당연히 숫자에서 나온다. 코로나로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최악의 실적을 보였지만 금호석화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532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보다 30% 이상 좋은 실적을 보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실적'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송 부사장은 금호석화의 모든 제품 생산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이다. 1978년 입사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박찬구 회장의 오른팔이다. 금호석화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켜본 그에게 코로나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다.



실제 증권가에선 금호석화의 올해 실적이 최근 10년 동안 가장 좋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의료용 장갑의 주 원료인 NB라텍스 수요가 폭증한 것이 결정적이다. 때문에 일부에선 운이 좋았다고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운으로만 풀기에는 실적 수치가 이 위기에도 너무 돋보인다고 말한다.

코로나 극복 비결 "2016년부터 라텍스 생산↑…노사 화합도 잘돼"
금호석화는 사실 2016년부터 NB라텍스 생산설비를 꾸준히 늘려왔다. NB라텍스 세계 점유율 1위다. "잘하는 사업을 키우자"는 박찬구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기존 사업에서 경쟁력 없는 사업을 확 줄였다. 대신 고부가가치 사업들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송 부사장은 "이전에 많이 만들었던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이 중국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2016년부터 NB라텍스 병행 생산으로 라인을 개조했다"며 "코로나 이전부터 일찌감치 생산설비를 효율화 한 것이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 한수가 더 있다. 바로 노사 신뢰와 화합이 유난히 잘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된 올해에도 금호석화는 33년째 노사분규가 없다. 다른 업체들이 금호석화만의 비결이 뭐냐고 벤치마킹 할 정도다.

올해 임금협상도 노조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에 위임해 지난 3월 모두 끝냈다. 이에 사측은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격려금 100만원씩을 지급하며 화답했다. 송 부사장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경쟁력도 노사 화합이다.

금호석화 노사관계는 2009년 회사가 금호그룹에서 분리되는 '형제의 난' 속에서 더 단단해졌다. 이때부터 2011년까지를 송 부사장은 금호석화의 최대 위기였다고 본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앞장서 금호석화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한다며 박찬구 회장 구명운동을 펼쳤다.

송 부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시절도 노사가 똘똘 뭉쳐 극복한 기억이 많다"며 "한국 어디에도 없는 노사문화를 갖고 있어 어떤 위기가 와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하반기도 코로나 영향…맞춤형 제품으로 승부"
그러나 송 부사장도 올 하반기 전망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 젓는다. 특히 NB라텍스를 제외한 범용 합성고무 사업은 여전히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

송 부사장은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코로나로 인한 기업들의 타격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범용 소재는 이 기회에 공정을 대폭 개선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더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제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송 부사장은 "최근 중국에서 오토바이 헬멧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헬멧을 만드는 특수 합성수지를 공급하며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송 부사장은 NB라텍스 공급과잉도 우려한다. LG화학과 말레이시아 신토머 등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NB라텍스 증설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타사에서 NB라텍스 증설을 하더라도 금호석화의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일반 위생용 장갑까지 라텍스 소재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신규사업 무작정 뛰어들지 않아, 기존 사업 '세계 최고'로
송 부사장은 금호석화의 신규 사업은 돌다리를 두드려 가는 식으로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잘할 수 있는 사업만 키운다는 방침 때문이다. 그는 "석유화학 업종은 돈만 된다 싶으면 모두 뛰어들어 가격을 떨어뜨린다"며 "우리 회사는 기존 사업을 더 연구하고 증설해 세계 최고로 만드는 전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가능성은 열어놨다. 송 부사장은 "다른 회사와의 인수합병이나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방안은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내외 인수합병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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