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부사장은 금호석화의 모든 제품 생산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이다. 1978년 입사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박찬구 회장의 오른팔이다. 금호석화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켜본 그에게 코로나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다.
코로나 극복 비결 "2016년부터 라텍스 생산↑…노사 화합도 잘돼"
금호석화는 사실 2016년부터 NB라텍스 생산설비를 꾸준히 늘려왔다. NB라텍스 세계 점유율 1위다. "잘하는 사업을 키우자"는 박찬구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기존 사업에서 경쟁력 없는 사업을 확 줄였다. 대신 고부가가치 사업들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송 부사장은 "이전에 많이 만들었던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이 중국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2016년부터 NB라텍스 병행 생산으로 라인을 개조했다"며 "코로나 이전부터 일찌감치 생산설비를 효율화 한 것이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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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결정적 한수가 더 있다. 바로 노사 신뢰와 화합이 유난히 잘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된 올해에도 금호석화는 33년째 노사분규가 없다. 다른 업체들이 금호석화만의 비결이 뭐냐고 벤치마킹 할 정도다.
올해 임금협상도 노조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에 위임해 지난 3월 모두 끝냈다. 이에 사측은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격려금 100만원씩을 지급하며 화답했다. 송 부사장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경쟁력도 노사 화합이다.
금호석화 노사관계는 2009년 회사가 금호그룹에서 분리되는 '형제의 난' 속에서 더 단단해졌다. 이때부터 2011년까지를 송 부사장은 금호석화의 최대 위기였다고 본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앞장서 금호석화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한다며 박찬구 회장 구명운동을 펼쳤다.
송 부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시절도 노사가 똘똘 뭉쳐 극복한 기억이 많다"며 "한국 어디에도 없는 노사문화를 갖고 있어 어떤 위기가 와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하반기도 코로나 영향…맞춤형 제품으로 승부"
그러나 송 부사장도 올 하반기 전망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 젓는다. 특히 NB라텍스를 제외한 범용 합성고무 사업은 여전히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
송 부사장은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코로나로 인한 기업들의 타격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범용 소재는 이 기회에 공정을 대폭 개선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더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제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송 부사장은 "최근 중국에서 오토바이 헬멧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헬멧을 만드는 특수 합성수지를 공급하며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송 부사장은 NB라텍스 공급과잉도 우려한다. LG화학과 말레이시아 신토머 등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NB라텍스 증설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타사에서 NB라텍스 증설을 하더라도 금호석화의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일반 위생용 장갑까지 라텍스 소재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신규사업 무작정 뛰어들지 않아, 기존 사업 '세계 최고'로
송 부사장은 금호석화의 신규 사업은 돌다리를 두드려 가는 식으로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잘할 수 있는 사업만 키운다는 방침 때문이다. 그는 "석유화학 업종은 돈만 된다 싶으면 모두 뛰어들어 가격을 떨어뜨린다"며 "우리 회사는 기존 사업을 더 연구하고 증설해 세계 최고로 만드는 전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가능성은 열어놨다. 송 부사장은 "다른 회사와의 인수합병이나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방안은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내외 인수합병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