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의 역습…철광석·니켈·코발트 다 올랐다, "제조업 어쩌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8.27 05:30
글자크기
원자재의 역습…철광석·니켈·코발트 다 올랐다, "제조업 어쩌나"


철강과 배터리 관련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뛰고 있다. 철광석은 7년 만에 최고가로 치솟았고, 니켈과 코발트 가격도 올들어 두자릿수 상승률이다. 코로나19(COVID-19)로 글로벌 광물 산지의 공급이 위축된 가운데 중국의 사재기까지 가세한 탓이다. 이로써 한국의 철 중심 제조업과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까지 원자재 가격 리스크에 노출됐다.

26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주요항 CFR(운임 포함 인도가격) 기준 주간 평균 철광석 가격은 지난주 톤당 127.38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철광석 가격은 올 들어 계속 상승세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글로벌 철강 수요가 급감하며 철광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현실은 이와 정 반대였다. 지난 2월 저점인 82.44달러를 찍은 뒤 3월에는 90달러대로 올라섰고, 6월이후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계속 오름세로 120달러대까지 뛰었다.

니켈 가격도 심상치 않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현물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톤당 1만4880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올해 1월 1만4290달러에서 3월 한때 1만100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후에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3월 저점 대비 34.9% 급등한 상태다.



코발트 가격도 니켈과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 2월 톤당 3만4750달러로 고점이었던 가격은 3월 2만8000달러로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25일 기준으로 3만3030달러로 다시 올랐다. 이달 상승폭만 13.7%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은 해당 광물 산지의 셧다운(일시폐쇄)와 연관이 깊다. 철광석은 주요 산지인 브라질에서 코로나 감염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채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공급이 크게 줄었다. 똑같은 이유로 세계 최대 니켈 산지 필리핀의 니켈 생산량(상반기 기준)도 전년보다 28% 줄었다. 코발트 최대 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도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며 광산 셧다운 우려가 높다.

여기에 중국의 원자재 사재기가 기름을 부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요처로 코로나로 위축된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 생산량을 크게 늘리며 전 세계의 철광석 물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코발트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코발트를 전략 광물 자원으로 분류해 전 세계 생산량의 2% 수준인 2000톤 구매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한국 기업들은 후유증이 크다. 특히 철광석 가격 상승은 제조업의 핵심 소재인 철강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올 3분기 열연·냉연 제품 중심으로 가격을 올린 데 이어 4분기에도 또 다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자동차와 조선 업계는 또 다시 원재료 비용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핵심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 가격 상승도 전기차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하려는 산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배터리업체 한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광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수요는 줄기는커녕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많아 가격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