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도체 잡아야 승자…'팀코리아'도 나섰다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류준영 기자 2020.08.2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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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AI반도체 강국 만들자 (上)

편집자주 AI(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전쟁이 시작됐다. 모든 기기와 사물에 AI가 탑재되는 'AI 퍼스트' 시대를 맞아 글로벌 IT공룡들이 AI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향후 10년간 1조원을 AI 반도체 R&D(연구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을 바뀔 때 집중 투자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세계 각국이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AI반도체 전쟁…'팀코리아' 나섰다
이 반도체 잡아야 승자…'팀코리아'도 나섰다


“가혹한 위기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에 달렸다.”



지난 6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자 삼성전자 안팎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삼성이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에 안주해서는 더이상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배어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이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보다 시장규모가 2배나 크고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핵심은 AI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AI 연구인력을 200명에서 2000명으로 10배 늘리기로 하고 AI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을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뜨겁다. AI 기술이 산업·사회 전분야로 확산하는 가운데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가 미래 IT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기술로 급부상하면서다. 자율주행차나 스마트 기기, 사물인터넷(IoT) 등 각 분야에 AI 서비스가 결합 되는데, 이를 원활하게 구현해주는 게 AI반도체다. 인텔과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은 물론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IT 강자들까지 너나없이 천문학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독자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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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지능형 반도체다. 기존 컴퓨터에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와는 다르다. CPU는 입력 순서에 따라 연산하는 직렬 컴퓨팅 구조여서 일정한 규칙이 있는 다량의 정보 처리에는 강하다. 반면 이미지나 소리, 특정 상황 같은 불규칙한 정보 처리에는 약하다. AI 환경에서는 이같은 비정형의 정보를 한번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병렬 컴퓨팅 구조인 AI 반도체가 필수적인 이유다.

AI 반도체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는 만큼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폰은 물론,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등 광범위한 분야에 쓰인다. 2022년 출하되는 스마트 기기의 80%에, 또 10년 뒤에는 모든 스마트기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반도체 시장이 올해 121억달러에서 2023년 343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딜로이트는 2020년 AI반도체가 7억 5000만개이상 팔리며 2024년에는 2배인 15억개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수년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반도체 기술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시장에 불과하다. AI반도체의 최고 단계인 신경망처리장치(NPU)는 기술구현과 공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다. NPU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개발역량과 산학연 인재들을 보유한 한국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반도체 잡아야 승자…'팀코리아'도 나섰다
정부도 팔을 걷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 국가전략 2030’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연구개발사업’을 출범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2029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오윤제 디바이스 반도체 담당 프로젝트매니저는 “글로벌 기업들에 뒤진 감도 있지만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비메모리 강국이자 수년 전부터 AI 반도체를 연구해온 전문업체들이 적지 않다”면서 “산학연의 역량과 우수 인재들을 결집시키면 우리도 AI 반도체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훈, 류준영 기자

주목받는 최기영 리더십..."AI반도체 강국건설 시동"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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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국내 반도체 개발사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 ETRI(전자통신연구원)과 SK텔레콤 등이 한국형 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것. NPU(신경망처리장치) 기반의 서버용 초저전력 AI 반도체와 모바일·IoT(사물인터넷) 기기용 AI 반도체 등 2종이다. 500원 짜리 동전 크기로 초당 40조번(40테라플롭스)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전력소모는 전구 하나를 켜는 15W(와트)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클라우드용 칩셋에 비해 전력효율을 10배 이상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AI 반도체 기술자립과 AI 산업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하반기 지능형 CCTV, 음성인식 등을 서비스하는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이를 적용해 실증작업에 돌입한다.

이 사업은 정부가 2016년부터 추진해왔던 AI 반도체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돼 4년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AI 시대 글로벌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자 격전지로 대두되면서 정부도 AI 반도체 개발 지원에 고삐를 죈다. 정부는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에 앞으로 10년간 약 1조원을 투자하는 국가 R&D 사업에 착수했다. 압도적 강자가 없는 산업 초기 단계에서 한발 앞서 핵심기술을 확보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이다.

우선 지난 4월 서버와 모바일, 엣지, 공통분야 등에 걸쳐 4개 컨소시엄 28개 수행기관을 선정해 AI 반도체 설계에 나섰다. 2500억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에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함께 중소 반도체 업체인 텔레칩스와 넥스트칩, AI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딥엑스, 오픈엣지 등이 참여하며 10개 대학과 출연연구기관도 가세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29년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연산성능과 전력효율을 갖는 AI 반도체 NPU 10개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반도체 잡아야 승자…'팀코리아'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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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규모가 큰 서버 분야의 경우 각 세부과제에서 개발된 NPU와 인터페이스를 통합해 현재 30테라플롭스(TFLOPS, 1초에 1조번 부동소수점 연산처리) 정도인 연산성능을 1페타플롭스(PTFLOPS, 1000 TFLOPS)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SK텔레콤이나 네이버 등 기업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과 엣지 등 다른 분야의 NPU 개발성과도 끌어올려 자율주행차나 드론, 보안솔루션 등에 접목할 방침이다.

국가 AI 반도체 개발 R&D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분야 전문가로 꼽혀온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장관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40년간 저전력 반도체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AI반도체 연구기관인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지능형반도체포럼에 참여해왔을 정도로 이 분야에 정통하다.

최 장관은 “AI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IC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기반”이라면서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은 국내 AI, 데이터 생태계 혁신을 위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반도체 발전전략을 통해 민관협력 하에 미래혁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훈,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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