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짜는 하경방…경기반등 아닌 구제책 U턴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유선일 기자 2020.08.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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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4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8.25/뉴스1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제4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8.25/뉴스1


기획재정부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하반기경제정책방향 보완'을 지시하자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 따른 민생 구제책 연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초 기재부는 상반기 코로나19 방역이 정부의 관리 수준 내에서 어느 정도 진성세를 보이고, 1~3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경제 회복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자 하반기 경제반등을 목표로 하경방(6월4일)을 구상했다. 예컨대 한국판 뉴딜과 대대적인 소비쿠폰 발급 등 상징적인 경제활성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반등 중심의 경기순환을 앞당기려 한 것이다.



6월초 하경방…방역 잡고, 경기반등에 초점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0.6.1/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0.6.1/뉴스1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7월 말, 8월 초부터 시작된 하계휴가와 지난 8월 15일 광화문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재확산이 기폭되면서 사실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상반기 방역, 하반기 경제반등을 예상했던 정부가 수도권 대규모 전염병 확산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예컨대 정부가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 시작부터 지급을 계획했던 8대 소비쿠폰(약 1800억원)은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농식품부와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배정된 채 10%도 채 쓰이지 못한 상황에 묶여있다. 정부는 이들 쿠폰으로 국민 3분의 1인 1800만 명이 1조원 수준 소비에 나설 거라 예상했는데 이제는 쿠폰 회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2차 재난지원금 압박…나라곳간 비어 빚잔치 우려
대한민국 동행세일 첫 날인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대한민국 동행세일'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과 소비 촉진을 위해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세일행사로 오는 7월 12일까지 이어진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대한민국 동행세일 첫 날인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대한민국 동행세일'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과 소비 촉진을 위해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세일행사로 오는 7월 12일까지 이어진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치권은 이런 상황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압박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4일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주장에 대해 예산을 이미 상당부분 집행했고, 삭감이 가능한 예산도 더 이상 없어 지원금을 마련하려면 국채 조달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지적한 경제정책방향 재설계는 이런 맥락에서 얼키고 설켜 버린 재정적 모순의 실타래를 원점부터 다시 풀어내라는 지시로 파악된다. 먼저는 올해 상반기와 같은 방역과 피해대책 중심으로 하경방을 재설계하란 의미다. 다 잡은 줄 알았던 코로나19 위험성이 다시금 통제불가능 수준으로 번졌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취약계층 지원으로 재편하라는 의미다.

상반기 민생대책 대부분 9~10월 만료…원점부터 다시
특고(특수고용직)·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2020년 3~5월 사이에 무급휴직한 근로자에게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방문 신청 접수 첫 날인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시민들이 현장접수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특고(특수고용직)·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2020년 3~5월 사이에 무급휴직한 근로자에게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방문 신청 접수 첫 날인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시민들이 현장접수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기재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넉 달여 남은 2020년 경제정책을 상반기 피해대책 연장과 경기보강 위주로 다시 설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상반기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한 비상경제중대본에서 마련한 277조원 규모 코로나19 피해 지원책 가운에 상당 부분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원금 및 이자유예 금융지원으로 이 구제책 만기가 9~10월로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우선 만기연장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게 안팎의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지원했던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긴급 고용안정자금 등의 지급률 역시 오는 9월이면 휴업·휴직 수당의 최대 90%에서 다시 원점인 67% 수준으로 원복된다.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항공이나 여행업 등 코로나19 피해에 취약한 특수산업은 경영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대책이 면제 아닌 만기유예…하반기 청구서 폭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대지 국세청 차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2020.8.20/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대지 국세청 차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2020.8.20/뉴스1
더욱이 코로나19 2차확산의 피해가 가장 큰 소상공인과 중견 중소기업 지원책은 상반기에도 기껏해야 임대료 인하와 세제지원 등이었는데 이 부분이 당초 6개월 한시 지원을 전제로 이뤄진 것들이어서 하반기 2차 팬데믹은 피해층에는 재앙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기요금과 각종 공과금 등 역시 면제가 아니라 납부가 유예됐던 터라 이런 부담이 영세상인들에겐 만만치 않은 부담인 셈이다.

기재부는 일단 청와대 메시지가 코로나19 사태를 장기전으로 고쳐보라는 의미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확산세와 피해가 번질 경우 대통령이 다시 비상경제중대본을 이끄는 프로토콜까지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확산세가 언제 잡힐지, 얼마나 파급효과를 낼지가 불확실해서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감염병 1차 확산으로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2차 확산 시 기업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프랑스 정부 경제자문기구(CAE) 의장 필립 마르탱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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