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네이버, 복지는 카카오, 근무 여건은 배민이요."
'네카라쿠배'라는 생소한 말에 개발자들이 설레이고 있다. '네카라쿠배'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배민)을 의미한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처럼 각 기업의 첫 글자를 따온 개념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해 최근엔 채용사이트 잡코리아가 마케팅 문구로 활용하면서 신조어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네이버 카카오, 최고 연봉에 높은 이름값…쿠팡 배민, 개발자 중심 IT회사로 급변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최근 국회 강연에서 “구글, 페이스북의 개발자 수와 우리를 비교하면 우리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라며 개발자 확보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발자 공채 공고를 낸 것도 같은 선상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네카라쿠배의 처우, 문화, 코딩 테스트 수준 등에 대한 질문, 답변들이 넘친다. 개발자 구직, 이직을 희망하는 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기업별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한다.
그중 네이버, 카카오는 개발자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업계 최고 연봉은 물론, 기업 성장성도 무궁무진해서다. 비대면 산업 수혜주로 떠오르며 이름값이 높아진 점도 한 몫한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올해만 중견 IT기업의 개발자 수백명이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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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파이낸셜, 페이 등 핀테크 사업을 본격 확장하면서 개발자가 더 필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연봉 협상이 틀어진 지원자와 재협상하며 끝내 원하는 수준을 맞춰줬다는 후문이다. IT플랫폼사 개발자는 "네카라쿠배에 포함된 회사들의 신입 개발자 연봉은 4000~50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라며 "다만 경력 이직시 본인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고 설명했다.
잡코리아의 광고 캡쳐.
개발자 중심의 문화는 채용에서 드러난다. 얼마 전 쿠팡은 경력 개발자 200명 공개채용 공고를 내면서 합격자 전원에게 최소 5000만원의 입사 축하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연봉과 합치면 1억원이 넘는다. 개발자 전용 사무실을 판교에 마련한다고도 했다. 이렇게 쿠팡은 개발자들에게 워너비 직장이 됐다.
배민은 대표부터 'IT통'이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시절 배민을 '마케팅만 잘하는 회사'에서 '개발까지 잘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배민 코드정리 등을 통해 각종 오류에 내성이 강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개발자를 대상으로 기업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개발홍보'(DR)를 운영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은 IR만큼이나 DR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개발자에게 기업을 설명하고 홍보해 좋은 개발자가 같이 일할 기회가 많아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멘트다. 개발자들은 배민의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월요일 오전에 출근하지 않는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곧 배민이 주 4일제를 도입하다는 말도 돌고 있어 개발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