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체가 왜 캠핑용품 회사를 샀을까?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0.08.2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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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채권추심업체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가 최근 캠핑용품을 판매하는 코스닥 상장사 ‘라이브플렉스’를 인수했다. 자회사로 달려 온 라이브저축은행도 갖게 됐다. 저축은행업계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해 라이브플렉스 자회사인 라이브저축은행(전 삼보저축은행)을 사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빛대부는 지난달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전문회사 지에프투자파트너스를 통해 라이브플렉스 지분 32.19%(4367만주)를 약 750억원에 사들였다. 한빛대부 계열사 임원을 지내다 이번에 라이브플렉스 대표로 선임된 신희민 신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유동화증권 투자업무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브플렉스의 자회사인 라이브저축은행과 시너지 창출도 언급했다.

한빛대부는 NPL(부실채권) 매입·추심회사로 업계 1위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산은 1조6971억원이었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2438억원, 당기순이익은 459억원이었다. 2013년 설립된 한빛대부는 업계에선 공격적인 영업으로 규모를 키운 회사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금융감독원에 대부업으로 등록한 이후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대부업법상 대부업은 돈을 빌려주는 대부와 채권을 양도받아 추심하는 채권매입추심 업무를 모두 포함하는데 후자가 주력사업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라이브플렉스가 라이브저축은행 지분 62.9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한빛대부가 라이브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모회사인 라이브플렉스 지분을 샀다고 보는 것이다. 라이브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자산 순위 30위 정도로 평가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총자산은 4145억원이었으며 1분기 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한빛대부는 라이브저축은행의 임원진도 새로 선임했다. 주로 지에프투자파트너스의 전현직 임원들이다. 실질적으로 라이브저축은행을 보유하게 됐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피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지분을 취득 또는 양수해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식취득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빛대부는 모회사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심사대상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저축은행의 지분을 직접 취득해야 심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빛대부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라이브플렉스가 유동화증권 투자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수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빛대부는 인수이유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채권추심 규제 강화 등으로 대부업계의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면서 저축은행을 사들이려는 시도가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코스닥 상장 대부업체인 리드코프가 매물로 나온 JT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의 경영 상황도 나쁘지 않아 관심을 갖는 대부업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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