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기업에…공정3법 주사 배경은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8.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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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세균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참석했으며 청와대에는 문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에는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2020.08.25.  scchoo@newsis.com[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세균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참석했으며 청와대에는 문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에는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2020.08.25. [email protected]


정부가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폐기된 ‘공정경제 3법’ 입법을 재추진한다.

경제주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지만, 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겨 경영활동 위축 우려가 나온다. 3법이 국회에 제출되면 176석 거대 여당이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경제 3법, 국무회의 통과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8.25.    scchoo@newsis.com[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8.25. [email protected]


정부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상법 개정안 핵심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해가 생겼을 경우,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모회사 지분을 1%(상장사는 0.01%)만 갖고 있으면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기업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 일반 이사와 분리해 감사위원을 별도로 뽑는 제도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이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해 대주주의 ‘입맛에 맞는’ 이사만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전속고발제 폐지’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핵심이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등 일부 법률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다”는 지적이 나오며 폐지를 추진하게 됐다. 정부는 가격·입찰 담합 사건에서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검찰이 스스로 수사·기소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한다. 현재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상장사) 또는 20%(비상장사) 이상 가진 기업을 규제한다. 이를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통일하고,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보험, 현대글로비스, 삼성카드 등 총 381개 기업이 새롭게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 지주회사가 없는 대형 금융그룹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법이다. KB·신한·우리 등 금융 지주회사가 있는 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감독이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 지주회사가 없는 그룹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그룹 소속 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를 감독 대상에 포함한다. 6개 그룹은 대표회사 한 곳을 선정해 내부통제정책, 위험관리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자본 적정성 관리, 필요 사항 보고·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경영 악화 우려에도...'거대 여당' 힘으로 강행할 듯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20.08.2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2020.08.25. [email protected]
정부는 3법을 ‘공정경제의 핵심 입법과제’라고 설명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고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경제계 입장은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3법이 시행되면 기업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20대 국회에서 3법이 폐기된 것도 이를 우려한 야당 반대 때문이었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공정위와 검찰이 기업을 과잉·중복조사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수 주주의 소송 남발로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투기자본에 악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지난 6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건의서에서 “최대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연합하거나 지분 쪼개기로 3%룰을 피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에도 3법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당은 처리를 강행할 기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정책조정회의에서 “세 가지 공정경제 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라며 “21대 국회에서 완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3법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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