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코로나 재감염…"백신 무용지물" vs "극히 드문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8.25 11:07
글자크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 AFP=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 AFP=뉴스1


“극히 드문 사례다.”

“코로나19도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평생 면역력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코로나19(COVID-19)를 한차례 앓았던 환자가 완치 후 코로나19에 재감염된 첫 사례가 보고된 뒤 학계에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지는 학회 및 기관 등에서 바이러스학에 정통한 학자들의 관련 엇갈린 주장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아직은 희귀한 사례로 보는 시각과 함께 이제껏 인류가 지켜봐왔던 바이러스 특성상 충분히 예견된 일이란 의견이 팽팽이 맞선다. 분명한 건 만약 이런 사례가 연속적으로 나올 경우 현재의 방역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0대 남성 특이적 증상 ‘무증상·처음과 다른 염기서열’…재감염 맞다
이날 사이언스지 보도에 따르면 홍콩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33세 남성이 이달 중순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걸려 가벼운 증상을 앓았던 33세 남성이 완치 후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지난 15일 유럽에서 귀국한 뒤 홍콩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처음 감염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증후가 나타났다. 먼저 무증상 상태였고, 채취한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3월에 추출했던 유전자와는 일부가 다른 형태였다. 이를 통해 홍콩연구진은 처음 감염됐던 바이러스가 신체 내에 계속 잔류해 있었던 게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된 증거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완치자는 몸 안에 항체가 형성돼 다시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백신 역시 약한 바이러스를 몸 안에 주입해 중화항체를 형성케 하는 방식으로 자연면역력을 가지는 과정과 비슷한데 이 같은 재감염이 이뤄졌다는 건 백신으로도 코로나19를 완전히 막기 힘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사례를 분석한 논문의 공동저자인 켈빈 토 홍콩대학(HKU) 임상·미생물학과 교수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례는 적어도 일부 환자들은 지속적인 면역력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연구진은 논문에서 두 가지 정도의 결과를 예상했다. 먼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면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이 억제되면서 면역이 없는 사람들도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는 상태 즉 ‘집단면역’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올 초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퍼졌을 때 봉쇄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집단면역 대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대책으로 스웨덴은 올해 상반기(1~6월) 5만1405명이 숨져 151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재감염이 이뤄진다면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지금과 같이 완치자가 재차 감염될 수 있다면 앞으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지속적 방어 효능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백신이 개발됐다 하더라도 독감처럼 약간의 변이를 주면서 대유행하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백신을 개발해 매년 접종해야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학 차원에서 예견된 일” VS “코로나19 감염 2400만여건 중 일부 희귀한 일”
홍콩대 연구진의 주장에 대해 일각에선 강한 반론을 제기한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콜롬비아대 안젤라 라스무센 박사는 “홍콩대 연구진이 설명한 환자 사례는 극히 드문 사례”라며 “이런 경우가 일반적으로 나타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마리아 반 케르코브 역학조사관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2400만 건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재감염 보고서는 매우 희귀한 일”이라며 성급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대로 케임브리지대학의 홀드크로프트(Houldcroft) 교수는 바이러스학 차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란 입장이다. 그는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바이러스학자들은 아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기도 호흡기 질환이기도 한 코로나19 박이러스의 재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완전히 보호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재확진에도 전염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확실한 규명을 요구했다.

재감염된 남성의 경우 무증상으로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는 공항검사가 아니었다면 찾아내기 힘들었다. 같은 재감염자가 여러 명 생기고 전염력을 여전히 지녔다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더 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홀드크로프트 교수의 우울한 전망이다.

재차 감염된 후 나타날 전염력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이뤄진 연구결과는 없는 상태다. 홍콩대 연구진은 사이언스지에 “환자로부터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배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재감염된 남성에게서 코로나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좋은 소식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예일대의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두 번째 감염은 무증상”이라며 “남성의 면역반응이 병이 악화 되는 것을 막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대 연구진의 이번 연구는 아직 공식 논문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사이언스 측은 이에 대해 논문 심사과정에서 그 결과를 뒷받침할 정도로 데이터가 충분치 않고 면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