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완성차 내수 '8월 비수기'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8.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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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내수시장에서 여름 휴가철 비수기가 사라졌다. 코로나19(COVID-19)가 바꿔놓은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수출이 무너지고, 내수가 힘겹게 버티는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업계의 시즌별 판매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24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5사는 7월까지 내수시장에서 총 94만 4511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늘어난 규모다.



내수 선전은 현대차(4.0%)와 기아차(12.2%)가 주도했다. 상대적으로 판매량은 적지만 쌍용차(-26.4%)를 제외하면 르노삼성(37.3%)과 한국GM(13.5%)도 모두 내수 판매 증가율은 좋은 편이다.

특히 8월 이후에도 내수시장이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완성차 5개사는 내달 초 8월 판매량을 발표할 예정인데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르노삼성과 한국GM은 내심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 지난 7월 월간 판매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 이상 늘었는데 8월 판매 증가율도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월이 오히려 성수기?' 국내여행 증가로 신차 수요도 늘어
코로나의 역설...완성차 내수 '8월 비수기' 사라졌다


완성차업계 8월 기대감의 배경은 '신차 총력전'과 '수요 진작'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전략으로 완성차 업계는 연초부터 판매 총력전을 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빚어진 생산 차질과 공급 부족을 메꾸려면 8월 비수기라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완성차 수출이 줄면서 국내 주문 차량이 최대한 빨리 인도되며 수요자들이 움직였다. 게다가 코로나 탓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없어 수요자 입장에선 8월에 차 구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국내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완성차 교체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언제라도 언택트(비대면) 판매가 가능해진 것도 내수 증진의 요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8월을 판매 비수기라고 불렀던 여러 조건들이 올해는 한꺼번에 사라졌다"며 "이대로라면 8월은 더 이상 비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내수 잡자" 총력전 속 정부 지원도 절실
신차 총력전은 8월 이후에도 계속된다. 기아차 베스트셀러 미니밴인 카니발이 최근 출시된 가운데 9월 이후 코나, 투싼, G70, GV70 등 인기 신차가 연이어 출시된다.

상반기 실적 선방에 하반기 화려한 신차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지만 업계는 아직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하는 신차 집중이 다른 업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정부의 세금 지원이 종료됐다는 점도 우려하는 요인이다. 지난 7월 판매 증가에도 불구,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가 6월 말로 끝났기 때문에 업계는 판매량 증가 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본다. 살아나고 있는 내수시장에 마중물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지원이 또 한번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수출이 유독 부진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1~7월 완성차 5개사의 해외 판매는 269만 4728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줄었다. 내수 판매를 뒷받침 해줄 특단의 정부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는 자칫하면 7~8월 판매 증가로 이후 의도치 않은 긴 판매 공백이 나올 수 있는 점도 우려한다. 한번 불붙은 수요가 언제까지 계속될 순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이달 이후 신차가 몰려서 출시되는 만큼 기존 모델은 더 빨리 구형이 된다"며 "8월 이후 나올 수 있는 공백을 업체마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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