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크게 하락한 한국증시…두번째 ‘저가매수’ 기회일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8.23 07:0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319>8월 한국증시만 후퇴할 이유 없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코스피지수는 8월 13일 연초 대비 10.9% 상승한 뒤 20일 3.5%로 후퇴했다. 코스닥지수도 10일 28.8%까지 올랐다가 20일 18.1%로 낮아졌다. 일주일 새 전고점에서 –6~-8% 하락한 것이다. -10% 이상 하락하면 기술적인 조정(correction)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한국 증시 하락폭이 유독 크다는 점이다. 18일 코스피가 –2.5% 하락했을 때와 20일 –3.7% 급락했을 때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거나 –1% 하락에 그쳤다. 코스닥은 18일 –4.2% 하락하고 20일 –3.3% 떨어졌다.

그렇다면 8월에 한국 증시만 유독 크게 후퇴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한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을 이유로 들 수 있다. 8월 수도권은 3월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랭하고 증시에서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일주일 새 30% 가까이 급등했다. 정부의 방역수칙 강화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해 화장품·호텔·관광·유통 등 경제재개 관련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수도권(인천 포함)에서 국내발생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15일부터 8일 연속 100명을 훌쩍 넘었고 21일에는 전국에서 국내발생 신규 환자가 300명을 돌파했다. 수도권은 3월 1차 유행 때와 5월 이태원 클럽발 2차 유행 때에도 일일 신규 환자 수가 100명을 넘긴 적이 없었다.

이에 방역당국은 19일부터 수도권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하고 클럽과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12종과 실내 국공립시설 운영을 중단시켰다. 서울시는 20일 한 발 더 나아가 3단계에 해당하는 10명 이상 야외집회 금지 조치를 내렸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된다면 증시에는 더욱 부정적이 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유지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한다"며 "그러한 상황이 언제가 될지에 대해서는 (이번) 주말이 가장 고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2일 이틀 연속 국내발생 신규 환자가 300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8월 한국 증시 후퇴의 둘째 요인은 반도체 가격 약세와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여파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주의 약세가 뒤따랐다. 대만의 TSMC도 20일 주가가 3% 급락했지만, 한국 반도체주의 하락폭이 더 컸다. SK하이닉스는 올들어 20일까지 –23.7% 하락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들어 PC용 D램(DDR4 8Gb) 현물가격은 4월 초 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하반기 실적 전망을 예상보다 낮게 제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하반기 매출 증가세가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1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NVDA)는 하반기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세가 한 자릿수 증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테크놀러지(MU)는 9~11월 매출이 목표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반기 반도체 신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한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은 17일 화웨이를 겨냥한 3차 제재를 발표했는데, 이로써 현실적으로 어떤 업체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어렵게 됐다. 화웨이는 세계 반도체 구매 3위 업체다.

결국 글로벌 3위 업체의 구매가 사라지는 만큼 하반기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위 고객사로,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3.2%, SK하이닉스는 11.4%로 추정된다.

이 여파로 SK하이닉스는 20일 7만1800원까지 떨어지며 거의 연저점 (6만9000원) 수준까지 급락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총 2위 자리마저 내줬다. 삼성전자도 20일 5만5000원대까지 하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코스피 시총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세는 국내 증시 전체를 끌어내렸다.

유독 크게 하락한 한국증시…두번째 ‘저가매수’ 기회일까
8월 한국 증시 상승세를 꺾은 마지막 요인은 연기금의 대규모 매도 공세다.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2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올해 최장기간 순매도 행진이었다. 이 기간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2조1636억원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조6344억원원과 4982억원 순매수 했다.

더군다나 연기금의 순매도 1,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4563억원, -4381억원 순매도 했다. 결국 하반기 반도체 업황 약세 우려 속에 연기금의 대규모 매도 공세가 시총 1,2위 종목에 집중되면서 국내 증시 급락의 배경이 됐다.

이제 투자자의 관심사는 증시가 전고점에서 -10% 넘게 하락해 조정 국면에 빠질 것인지, 언제쯤 전고점에 회복할 수 있을지 등이다.

증시 반등은 8월 증시를 후퇴시킨 3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향후 2주 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현재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경제활동 재개도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럴 경우 경제재개 관련주들의 재반등이 시작된다.

연기금의 순매도 행진도 9월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21일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9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2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연기금의 매도 행진이 끝나면 매물 압력이 줄면서 증시 급락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 특히 연기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량 매도를 멈추면 이들 종목과 시장 전체의 재반등에 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하반기 업황 약세 전망,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영향은 단기간에 극복하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반도체 기업만 유난히 피해가 더 클 순 없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지난 12일까지 연고점을 계속 경신하며 상승했고 17일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발표 이후에도 약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급락은 과잉반응에 가깝다.

더군다나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이렇다 할 만한 후퇴가 없다. 코로나19 재확산은 외국이 한국보다 더 심하다. 따라서 한국 증시만 후퇴할 이유는 없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지 않는 한 한국 증시만의 후퇴는 없다.

3~4월 학습효과와 동학개미의 풍부한 자금 여력, 넘치는 유동성도 한국 증시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시간이 지난 뒤 돌이켜보면 8월 후퇴는 올해 두 번째 주어진 저가매수의 기회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8월 투자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동학개미는 20일 코스피지수가 -3.7% 급락할 때 1조4000억원을 순매수 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증시가 빠질 때 공포에 질려 주식을 투매하지 않고 떨어지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쓸어 담은 것이다. 이날 개미의 순매수 1,3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동학개미는 3월 폭락 때도 한국 증시를 구했고, 8월 후퇴 때에도 한국 증시를 방어하고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도 20일 28.18포인트까지 급등했지만, 5월 이태원 클럽발 2차 유행 때와 비교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증시 공포지수가 8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과거와 같은 공포 수준까지 오르지 않는 것도 다 학습효과 덕분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