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 개인투자자가 최근 국내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에 내뱉은 말이다. 최근 증시가 치솟으면서 빚을 내 큰 몫을 잡겠다는 일명 '빚투'족이 대폭 늘어났다. 국내에 코로나19(COVID-19) 2차확산이 본격화되고 미중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에도 신용융자잔고가 16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6조324억원을 기록했다. 전날(18일)에 처음 신용잔고 16조원을 돌파한 이후 이틀 연속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2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에 융자잔고가 6조8780억원까지 떨어진 이후 5개월여 만에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주가 상승기에는 융자를 레버리지 삼아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빚을 내 산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대출받은 개인이 만기일(통상 3개월)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돈을 회수한다.
코스피는 현대자동차가 한달간 잔고가 1065억원 증가하며 1위를 기록했고 이어 △LG화학(869억원) △카카오(574억원) △SK하이닉스(52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 2차전지, 언택트(Untact·비대면) 등 최근 화제가 된 이슈중심 종목들의 잔고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은 제약·바이오주에 '빚투'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진단키트 수출, 치료제·백신 등의 개발성과에 따라 기업이익이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해당 이슈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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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은 신용잔고가 한달간 318억원 늘며 1위를 기록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317억원) △씨젠(311억원) △레고켐바이오(293억원) △삼천당제약(232억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잔고순증감 상위 10종목 중 무려 8개 종목이 제약·바이오주였다.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부분이었다.
◇빚을 내 투자하니 고수익으로 돌아와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구체적으로 코스피시장에선 녹십자 주가가 한달만에 60.96%나 상승했다. 이 종목엔 신용잔고 383억원이 늘었는데 전체 잔고금액의 절반이상이다. 이어 최근 2차전지 대장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LG화학이 32.36% 상승했고 현대차도 40%나 급등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31.73%) △한미약품(19.08%) △카카오(15.85%) 등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같은기간 코스피 상승률(7.38%)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SK하이닉스(-9.53%), 부광약품(+2.45%)는 주가가 하락하거나 지수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에선 5G장비 관련주인 쏠리드가 한달간 무려 40.05%나 폭등했고 △씨젠(37.32%) △바이넥스(34.65%) △제넥신(32.22%) △삼천당제약(29.12%)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알테오젠 주가는 40.6%나 하락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도 6.2% 떨어지는 등 지수상승률(+4.70%) 보다 크게 하회했다.
하지만 빚투족이 계속해서 승리할 수 있을까. 오히려 최근 조정장에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쉴새없이 상승랠리를 펼치며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과 동시에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더해지며 조정을 겪고 있다"며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