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검사 받으려다 코로나 걸리겠다…모여 앉은 검사대상자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8.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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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통제하는 직원은 안 보여

지난 20일 서울 강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사진=김지훈 기자지난 20일 서울 강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사진=김지훈 기자




"확진자 옆에 있었어요."
"광화문 집회 참가잡니다."
"내가 오고 싶은건 아닌데 여기 통지가 왔네요."

20일 오후 1시 무렵 서울 강북구보건소 선별 진료소에서 30명 남짓한 방문자들은 차례대로 창구에서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뒤 사실상 거리낌 없이 회합을 할 수 있었다.



방문자들 간 거리 유지를 위해 동선을 통제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엔 붙어 있는 '거리유지'라는 글자가 무색하다. 만약 2m 거리두기를 의미한다면 광화문광장과 마찬가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기자는 서울시청사 본관2층 기자실에 출입하고 있다. 본관2층의 확진자 발생에 전수검사 대상이 된 2층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검사대상이 됐다.



이날 찾은 보건소에선 주민들이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은 채 돌아다녔다. 60대로 보이는 남성은 의자에 앉은 다른 대기자 옆에 서서 "집에 틀어박혀 격리하래"라고 웃으며 건너편 노인에게 말했다. "교회는 가는게 좋다"고 지인에게 말하는 노인도 있었다.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방문자도 또래 지인과 무릎이 닿을 듯한 거리로 맞닿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원래 의자는 띄엄띄엄 설치돼 있었지만 어느새 조금씩 옮겨진 것.

이들 가운데도 확진자가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광복절 다음 날인 지난 16일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따른 양성률이 4.3%에 달했다. 이를 단순히 대입하면 30명 가운데 1명은 양성이 나오는 것.

서울 강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사진=김지훈 기자서울 강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사진=김지훈 기자
방역복 차림도 있었지만 반바지를 입은 구청 직원이 검사대상자들 곁을 돌아다니는 등 별다른 위기의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별진료소가 일부 시민으로부터 "찾아가면 안 걸렸던 코로나도 걸리겠다"는 심리적인 우려를 살 정도로 기피시설 취급을 받는 이유를 알 만 했다.


대기시간이 길다는 불만도 속출했다. "선별진료소에 앉아 있는 직원이 대기자보다 많은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짜증을 내는 중년의 민원인도 나왔다. 어떤 노인도 연신 "언제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 등 초조해 했다. 기자는 검체검사를 받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왜 현장은 통제가 안 될까. 현장에 나와 있던 담당 과장에게 물어보니 "방문자가 급증한 실정인데 서울시는 지원을 별로 안 해주고 있다"며 "감염 확률이 높은 접촉자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동선을 통제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선 "의학적으로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면 감염 확률이 낮다"고 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집회 참석자 전원에게 검사이행 명령을 내린 상태다.정부 당국, 서울시 등이 광화문광장 방문자 전원에 대해 통신사 기지국 조회나 검사이행 명령 등 각종 조치를 예고했다. 상황이 이대로라면 선별진료소의 밀집도는 보다 올라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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