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낭만도 학창시절 친구도 없다…소속감 잃어버린 '코로나 세대'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0.08.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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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코로나19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캠퍼스의 낭만도, 학창시절의 추억도, 심지어 학교 친구들과의 사소한 다툼도 사라졌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2차 팬데믹(대유행)이 오면서 '코로나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 우울과 좌절 또한 다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쳐진 신조어)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는 게 없던 학기"…상실, 좌절, 불안 호소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생, 특히 1학년들의 상실감은 크다. 서울 소재 간호대 1학년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주구장창 들으면서 핸드폰을 보느라 집중도 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다니는지 사이버대학교에 다니는지 분간이 안 된다"며 "내 인생에 남는 게 없던 학기"라고 토로했다.

2학기 중 입대하기로 계획한 서울 소재 경영대 1학년 B씨는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지만 학과 행사가 축소되고 온라인 수업이 많았다. 2학기에도 대면·비대면을 혼합해 수업한다는데 1학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결심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도 저도 아닌 거 같아 1학기가 끝나면 군대에 가려고 마음먹었다"며 "대학친구를 많이 만들지 못하고 스무살에 할 수 있는 연애를 못해봤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속상해했다.

"만나도 말도 잘 못해", "인간관계 힘들이지 않아 좋아"…뒤바뀐 일상
학교에서 사회화를 체득해야할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코로나19가 학생들의 삶의 양태를 바꿔놓았다.

경기 소재 초등학교 1학년생을 둔 학부모 C씨는 "아이가 일주일 학교를 가면 일주일은 집에서 수업을 듣거나 쉬었다"며 "학교에 가도 쉬는시간까지 마스크를 하고 있어야 하고 친구랑 말도 못해 학교 가기를 싫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에 사는 고3 D씨는 "어차피 대학입시로 공부할 수밖에 없어 우리는 어차피 못 노는데 남들도 못 노는 상황이 됐다. 좋게 생각하려 한다"면서도 "코로나에 걸리면 공부도 못하고 재수한다는 압박은 항상 느껴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소재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E씨는 "코로나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더 그렇다"며 "사춘기 민감한 시기 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배워야 할 인간관계, 단체생활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씨는 "서로 만날 기회가 적어지니 왕따 등 학교폭력이 사라졌고,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도 전보다 사라졌다는 걸 확연히 체감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한 가운데 3월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학생회관이 폐쇄돼있다. /사진=뉴스1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한 가운데 3월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학생회관이 폐쇄돼있다. /사진=뉴스1
우울감 극복이 안되고, 자기효능감 사라진 세대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차 팬데믹이 '강화'(생물이 어떤 자극에 반응해 미래의 행동을 바꾸는 것) 계획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졌다가 재확산되면서 극복의 기대가 무너지는, 원위치로 다시 돌아온 상황이 됐다"며 "학생들의 우울감이 소거가 되지 않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상실과 좌절은 우울감과 맞닿아 있다. 원래 가능했던 일이 가능하지 않으면 사람은 상실감을 느낀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제시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효능감' 측면에서 현상을 진단한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의 체험과 활동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성취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학교의 기능 중 하나는 학생이 그 공간에서 자율성과 자기조절능력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성취감을 갖게 하는 것인데 학생의 기대보다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며 "주변 상황에 대해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자기효능감이 떨어지고 위축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을 때 처음 겪는 일이라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지만 다시 재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불안감과 위축, 박탈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소속감과 욕구?…"새로운 연결 필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강화 등 새로운 사회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 시대에 맞는 학생들의 소속감과 욕구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사와 부모 또한 학생을 향해 적극적인 피드백을 줄 때 '코로나 블루'가 극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승이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2차 팬데믹으로 인해 이런 일상이 장기화될 거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 학교라는 집단에 소속돼 연대하며 느끼는 안정감과 기쁨, 행복 등이 박탈됐다고 학생들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대학교 새내기들로 대표되는,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동안 기대해왔던 캠퍼스의 낭만 등 행복감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너무 안타깝다, 낭만을 즐기지 못하다니'란 피드백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는 특정 나라나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며 "코로나 시대가 왔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저 마다 소속감과 욕구를 찾아가야만 한다. 대면 사회에서만 소속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양육에서 부모가 아이와 얼마나 오래 함께 하느냐가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밥상머리 대화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오늘 있었던 즐거운 일이 뭔지 물으며 그 전에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일선 학교의 교사들도 등교인원 제한으로 학생들과 1주일 만에 만나더라도 서로 소통하기 위한 인사를 건네며 학생들의 '연결에 대한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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