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공소장엔 '이철 소환 11회'…실제 구치소 기록엔 '9회'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김상준 기자 2020.08.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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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이철, 검찰의 9번 소환 요구 중 총 8번은 불출석"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사진=뉴시스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사진=뉴시스


'채널A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이 사건 피해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소환조사 일정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공소장에서 "이 전 대표가 3월25일 신라젠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은 것을 비롯해 1월3일부터 3월31일까지 11회에 걸쳐 소환요구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20일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서울남부구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3일부터 3월31일까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총 9회의 소환요구를 받았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강조하며 언급한 '3월25일'의 경우에는 소환요구가 없었다.



지난 1월3일부터 3월31일까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은 현황/사진=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지난 1월3일부터 3월31일까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은 현황/사진=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법조계에서는 소환 횟수의 경우 단순 착오로 볼 수도 있으나, 구체적인 날짜를 잘못 기재한 것은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검찰이 공소장에서 못박은 '3월25일'은 시기적으로 미묘한 때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수사팀은 공소장에서 지난 3월13일부터 22일까지를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취재행위가 있었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13일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를 만나 익명의 검찰 고위간부와의 녹취록을 보여줬다. 20일에는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7분간 전화 통화를 했고, 22일에는 지씨에게 한 검사장과의 통화녹음이라며 녹취록을 들려줬다.

바로 이 시기 직후인 3월 25일에 서울남부지검이 이철 전 대표에 대한 '소환요구가 있었다'고 공소장에서 언급함으로써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서울남부지검간의 공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의도는 알 수 없다"면서도 "적어도 3월25일에 소환요구가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이 전 기자가 녹취록을 들려주는 등 강요미수 취재를 행한 이후에 서울남부지검이 움직였다는 인상을 줬다. 마치 한동훈 검사장과 남부지검이 공모했을 것이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라 말했다.

수사가 허술하고 치밀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초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마디로 표적수사 내지는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다보니까 정작 증거관계나 사실관계를 꼼꼼히 못챙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대부분의 소환요구를 거절하기도 했다. 총 9번 가운데 8번의 소환요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응하지 않았다. '이렇게 소환 요구를 거부했는데도 이 전 대표가 실제로 채널A 기자들의 취재행위로 강요죄의 성립요건인 공포심을 느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전 대표의 소환요구 횟수만 적시했을 뿐, 실제로 조사를 받은 횟수는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전주혜 의원은 "사상 초유의 검사 간 육탄전까지 벌여가며 무리한 수사를 벌였던 서울중앙지검이 결국 법원에 공소장마저 허위로 제출했다. 이는 법원 나아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윤석열 총장은 즉각 중앙지검 채널A 수사팀의 허위공문서작성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소환요청은 구치소에 통보하는 것 외에 다양한 경로로 이뤄질 수 있고, 공소사실의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공판에서 증거를 통해 입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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