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2배' 광화문 집회 온 2만명도 기지국 조회로 찾아낼까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8.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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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지국 조회 필요할 수도" 의견 전달…'최후의 수단'으로 검토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20.8.15/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20.8.15/뉴스1


서울시가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위해 지난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대 2만여명의 인파를 모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휴대폰 기지국 접속정보 확보에 나서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어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를 웃도는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수집될 지 주목된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조심스럽게 코로나19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안건이다.



하지만 반정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을 정부나 지자체가 확보하는 것이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돼 현재로선 실행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원클럽 2배 규모 인파 운집 추정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최근 교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으며, 이날 전광훈 담임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20.8.17/뉴스1(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최근 교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으며, 이날 전광훈 담임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20.8.17/뉴스1


19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기지국 접속자 명단 확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보건복지부장관·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예방‧전파 차단에 필요한 경우 공공‧민간 기관에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방역 활동에 대한 정부 권한이 강화된 결과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12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보건복지부장관이 본부장을 맡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협조를 받아 통신사로부터 4월24~5월6일 확진자 방문 클럽 주변에 위치한 기지국 접속자 1만905명 명단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휴대폰 기지국에 30분 이상 접속한 사람들이 파악됐다. 집회 참가자 규모는이와 비교해 최대 2배 가량 되는 1만~2만1000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7일 코로나19 감염이 확진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도 집회에 찾아 마스크를 벗고 마이크를 든 채 연설했다. 의료계에선 전 목사가 집회 당일 이미 감염력이 있었을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집회 당시도 전 목사가) 감염력이 있었을 수 있으며 증상 여부와 관련 없이 당일 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잠재적으로 위험대상으로 본다"며 "얼마나 가까이서 많은 분을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악수 하시고 마이크 같이 쓰신 분들은 당연히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며 마스크를 쓴 참가자의 경우 능동감시대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휴대폰 꺼 놓은 사람은 어쩌나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2020.8.15/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2020.8.15/뉴스1
더욱이 집회 참가자의 명단은 정부나 서울시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집회 참가 단체 30여 곳에 참가자들의 선별진료소 방문 등을 요청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원이 호응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기지국 접속자 조회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휴대폰은 무선 기지국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 받기 때문에 집회장 인근에 위치한 기지국에 일정 시간 접속했다면 명단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서울시는 통신사 기지국 조회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광화문 일대 광범위한 검사 대상지역에서 휴대폰을 켜놨던 사람을 모두 파악하더라도 이를 검사 대상으로 규정하는 게 맞는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집회 참가자 가운데는 기지국 접속자 조회 가능성을 의식해 휴대폰을 꺼둔 참여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전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한명 한명의 사람들을 파악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을 거라 저희는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정보를 파악) 하는 부분도 마지막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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