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걸린다? 코로나19 ‘제3의 감염 경로’ 열렸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8.17 13:44
글자크기

과학계 ‘에어로졸 전파’ 논란 있지만 명확한 결론 못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영을 강화한 가운데 6일 서울 시내 한 매장의 테이블과 좌석이 평소 대비 1/3 가량 줄어든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의 테이블 간 간격과 다인용 테이블 의자 간격을 1~1.5m씩 조정했으며, 테이블당 좌석은 2인석 중심으로 배치하고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계산대 앞에 부착되어 있는 안전 라인 뒤로 일정 간격의 주문 대기선을 추가 설치했다고 밝혔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영을 강화한 가운데 6일 서울 시내 한 매장의 테이블과 좌석이 평소 대비 1/3 가량 줄어든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의 테이블 간 간격과 다인용 테이블 의자 간격을 1~1.5m씩 조정했으며, 테이블당 좌석은 2인석 중심으로 배치하고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계산대 앞에 부착되어 있는 안전 라인 뒤로 일정 간격의 주문 대기선을 추가 설치했다고 밝혔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랑제일교회, 파주 커피전문점 등으로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는 가운데 공기에 떠다니는 작은 비말(에어로졸)에 의한 실내 집단감염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할리스커피 선릉역점에 이은 두 번째인 파주시 스타벅스(파주야당역점)의 경우, 17일 기준 확진자 중 26명이 매장을 직접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파주 스타벅스의 경우, 추정 감염원은 해당 커피전문점 매장 2층에서 3시간 체류했고, 이 시간 방문해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카페에서 30분 이상 체류했다. 또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다.



확진자 중 일부는 추정 감염원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둔 테이블에 앉았음에도 감염이 됐는데 이는 비말을 통한 간접감염 혹은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 등 그 원인이 다양하게 제기된다. 방역업체 관계자는 “비말은 보통 감염자로부터 1~2m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며 “어떻게 그 거리까지 전파됐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에어로졸 전파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이 일러야 올해말, 또는 내년 정도로 전망된 상황이어서 다가오는 겨울철 실내 집단감염을 통한 ‘n차 파동’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혹시 모를 ‘제3의 감염 경로’로 지목된 에어로졸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이를 최소화할 방역 대책을 세우고 즉시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 전파 ‘설왕설래’
집단 감염의 온상이 대중이 자주 이용하는 커피전문점으로 옮겨붙으면서 비말(침방울)을 통한 직·간접적 전염 말고도 감염자 입에서 나온 미세한 침방울을 머금은 공기, 즉 에어로졸에 의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과학계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공기 전파’에 대해 아직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를 통해 전파된다. 입자 지름이 5~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보다 크면 ‘비말’, 5㎛ 보다 작으면 ‘에어로졸’로 정의한다. 에어로졸은 가습기에서 분출되는 엷은 안개에 비유된다.

지금까지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는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에 따르면 먼저 지름이 5㎛ 미만인 작은 에어로졸 내에 병원체(바이러스)가 장시간 공기 중에 머물러야 한다. 또 이 안에 함유된 바이러스 농도가 사람을 감염시킬 정도로 충분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이 바이러스 농도·노출 시간에 비례해 결정된다는 얘기다. 감염학회 등에 따르면 인간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는 신체를 떠난 순간부터 감염력을 잃기 시작한다는 게 일반적 이론이다 .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공기 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됐어도 죽은 바이러스 유전자라는 검출 결과를 얻었고, 3시간 후 바이러스 생존 가능성은 약 10분의 1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5~10㎛보다 큰 비말도 일정 시간 공기 중에 머무를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는 등 에어로졸 감염병 전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MIT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이 7~8m 가량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보면 코로나19가 에어로졸에서 3시간, 무기물 표면에서 2~3일간 생존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인공적 조건 내에서 이끌어낸 결과이므로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초 239명의 과학자는 에어로졸도 감염 경로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WHO(세계보건기구)에 보냈다. 큰 비말 흡입 및 오염된 매개체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는 견해를 계속 유지해왔던 WHO도 입장을 바꿔 지난 12일 “에어로졸을 통한 코로나19 전파가 우려된다”면서 “시급하지 않은 치과 진료는 연기해 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리 보건당국은 에어로졸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달 발주한 상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자료사진=미국 국립의료원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자료사진=미국 국립의료원
“실내 예방수칙 잘 지키면 예방 가능”
IBS 측은 “공기 전파가 잘 이뤄진다면 출·퇴근 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확진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왔어야 한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며 “다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실내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에어로졸을 통한 실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선 우선 밀폐된 장소에선 거리에 상관없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에어로졸 내 바이러스 농도를 희석할 수 있다. 에어컨을 틀 때도 2시간에 한 번씩 환기해야 한다. 이밖에 다중이용시설에 헤파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쓰는 것도 즉시 실천 가능한 에어로졸 감염 예방법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