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다음은 대만…잔뜩 벼르고 있는 중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임소연 기자, 황시영 기자 2020.08.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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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늑대가 온다 ‘전랑(戰狼)’ 중국(下)

편집자주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거칠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일어서거나 이미 일어섰다(굴기)며 중화(中華)를 강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는 이미 충돌했고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중국은 세계와 화합(和)할까, 불(火)을 지르는 재앙(禍)을 불러올까.

홍콩 무릎꿇린 中, '42년만에 美와 밀착' 대만 노린다
(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궁에서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복지 장관과 함께 방문한 미국 관리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궁에서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복지 장관과 함께 방문한 미국 관리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중국이 지난달 1일 홍콩내 국가 분열 행위를 금지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후 대만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남중국해를 거의 장악한 중국은 이제 홍콩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 목표는 대만으로 꼽힌다. '대만 독립'을 기치로 내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로 맞서고 있다.

차이 총통은 미국 편에 서서 홍콩을 지지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12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와 연구소와 미국진보센터(CAP)가 공동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대만이 자유·민주의 견고한 보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를 구분하는 식으로 반중국 공조 체제를 구축하려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체제인 대만이 나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인들에 강한 지지 입장을 피력했던 기존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바쁜 상황에서 자유·민주사회가 직면한 위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면서 "대만과 홍콩은 중화권 자유·민주에서 2개의 등대인데, 홍콩의 등대가 사라질 수 있어 대만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자유·민주를 지키기 위해 홍콩인들에게 계속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홍콩 대중의 대만 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과 자유무역협상(FTA)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FTA는 경제동맹 이상의 함의가 있는 만큼 만약 미국-대만 FTA가 성사된다면 미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이번 차이 총통의 FTA 협상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접촉하는 것을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자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들어 대만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3박 4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1978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이후 대만을 찾은 미국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이 방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구실로도 (미국이) 대만과 공식 관계를 맺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장난을 하면 다 타버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 대만 등 영토와 주권을 둘러싼 핵심이익에선 일절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대만을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를 위해선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은 군사 위협 횟수도 늘리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3일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매체는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와 대만 분리주의자들이 연계를 강화해면서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이번 훈련은 미국 뿐 아니라 대만의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분명하고 전례없는 억제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집권 2기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집권 2기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도광양회 버리고 중국몽·대국굴기 택한 시진핑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후진타오 전 주석(왼쪽), 장쩌민 전 주석(오른쪽)과 함께 1일 베이징에서 신중국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01[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후진타오 전 주석(왼쪽), 장쩌민 전 주석(오른쪽)과 함께 1일 베이징에서 신중국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01
◇'중국몽' 시진핑 시대에 버려진 유훈 '도광양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시대의 외교방침이었다.



신중과 절제를 덕목으로 한 이 유훈은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유소작위(有所作爲),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화평굴기(和平崛起)로 이어졌다.

장쩌민의 유소작위는 '할 수 있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이고, 후진타오의 화평굴기는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일어선다'는 의미다. 이들의 외교 키워드는 화합을 우선시 하고 외국을 비판하는데는 방어적인 의미를 지녔다.

그러던 것이 시진핑 주석이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섬)'를 내세워면서 중국의 태도도 달라진다. 시 주석이 2013년 초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이후 강국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그의 저서 '프레너미'에서 "이때 중국이 '대국의 외교'에서 '대국 외교'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대국의 외교는 단순히 큰 국가의 외교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지만 대국 외교는 자국에만 신경쓰지 않고 다른 국가와 지역, 더 나아가 글로벌 문제에 대해서 간여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시 주석이 이같은 태세전환은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중국은 더 이상 도과양회를 외교 덕목으로 삼지 않게 됐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력을 무기로 패권국가 미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방치할 수 없었다. 중국을 견제해야한다는 공감대가 미국 내에서 발생했고 이는 두 나라의 격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주르허(중 네이멍구자치구)=신화/뉴시스】30일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이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개최된 가운데 중공중앙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시 주석이 이날 얼룩무늬 전투 위장복 차림을 한 것은 중국군이 실전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7.07.31【주르허(중 네이멍구자치구)=신화/뉴시스】30일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이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개최된 가운데 중공중앙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시 주석이 이날 얼룩무늬 전투 위장복 차림을 한 것은 중국군이 실전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7.07.31
◇영구집권 길 연 시진핑, 美와 대결로 내부결속 강화 노렸나



일부에선 미중 대결의 원인이 시 주석의 영구집권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대결을 통해 국내적 단결과 강력한 지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 강력한 적이 만들어지면 내부적으론 배타적 민족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실제 시 주석은 취임 이후 줄 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면서 군사력을 강화했다. 2018년 3월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 주석 임기제한을 철폐하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면서 장기집권에 나섰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런 노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을 불러 무역전쟁이 촉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전쟁범위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시 주석의 강경노선에 대한 내부적인 비난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시 주석이 덩샤오핑이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 스타일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린다. 마오쩌둥은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인물이다. 마오쩌둥은 끊임없는 싸움을 이겨낸 투사형 지도자다. 반면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국가로 자리를 잡은 중국을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워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에 집권을 했다. 이를 위해선 안정과 통합이 필요했다.

중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적이 외부로 바뀌었지만 시 주석은 마오쩌둥 주석처럼 끊임없이 투쟁하고 싸움을 하고 있다"며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과 다르다"며 "지금은 덩샤오핑 스타일의 타협과 개방이 필요함에도 마오쩌둥 스타일의 외교를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6.29【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6.29


황시영 기자

신장 위구르·티베트…中영토 25%는 '어둠의 땅'
신장 위구르 자치구 도시에 붙은 중국 정치 선전 배너와 감시카메라/사진=로이터신장 위구르 자치구 도시에 붙은 중국 정치 선전 배너와 감시카메라/사진=로이터
중국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에게 행하는 인권탄압의 상징과도 같다. 이를 국제사회가 50년 넘게 비난하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는 이곳에 대한 강권 통치를 놓지 못한다.

티베트와 신장 지역은 국경 지역일 뿐 아니라 영토도 방대하다. 중국 전체에서 티베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10% 이상, 신장은 무려 15% 이상이다. 두 지역이 독립하면 중국은 전체 영토의 4분의 1이상을 잃는다.



1949년 정부를 수립하면서 공산당 정부는 주변국들과의 '완충지대'로서, 자원 지대로서 티베트와 신장의 가치를 인식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 안에서 중화민족주의 종용의 실험지로 여겼다.


◇신장 위구르, 중국 서부의 방패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홍콩 연대시위/사진=로이터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홍콩 연대시위/사진=로이터
중국 서부 신장자치구엔 인종적으로 투르크족에 속하는 이슬람교도들이 산다. 인구 수는 약 1100만 명. 이들 위구르족은 스스로를 문화·민족적으로 중앙아시아 가깝다 여기며 언어는 터키어와 비슷하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 지역에 명목상 별도의 자치권을 주고 있으나 실제론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매장량 1000억㎥ 넘는 천연가스전이 있는 땅에, 지리적으로는 국경을 맞댄 국가들을 향한 방패가 되주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신장지역으로의 한족 이주를 장려했다. 인종적으로 섞이게 해 분리독립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신장 내 한족 비율은 1949년 6%에서 2011년 38%로 늘어났다. 대규모 이주로 경제적·문화적 갈등이 생기면서 2009년 신장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사망자 200명 대부분이 한족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무슬림 등의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처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부터 유엔위원회와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위구르 무슬림들이 서부 수용소에 억류돼 '세뇌 교육'을 받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DNA와 생체인식 샘플을 중앙 당국에 강제 제출당해 감시 당하고 백만 명 이상이 구금된 상태로 전해진다. 수용소 내 위구르족은 중국어를 강제로 배우고 자신들의 신앙을 비판하고 포기하도록 강요 받는다. 여성들은 강제 불임수술을 당했다는 고발도 나왔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런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행태를 비난해왔다. 이런 와중에 중국과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위구르족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기업 1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6월엔 '2020년위구르 인권정책 법안'도 통과시켰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지난달 신장 위구르지역과 티베트자치구를 관할하는 미국 청두 영사관을 폐쇄했다. 미국이 휴스턴 중국 영사관을 폐쇄한 데 따른 보복이지만 '청두' 영사관을 택한 건 상징이 짙다. 현재 신장자치구 2대 도시인 카슈가르를 직할시로 전환해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억 인구 식수 쥔 티베트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대/사진=로이터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대/사진=로이터
1950년 중국은 티베트를 침공해 점령했다. 독립을 원하는 티베트인들을 고문하고 학살했고 1960년대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면서 3700개나 되던 티베트 불교 사찰은 13개만 남고 모조리 파괴됐다.

이후 티베트자치구를 설립해 자치를 허용한다 했으나 실질적으론 역시 중앙정부가 통제 중이다. 2005년 티베트로 연결되는 철도가 완공됐고 한족의 티베트 이주도 지속되고 있다. 또 중앙정부는 티베트 전역에 감시망을 설치해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탄압한다. 중요한 티베트 사찰과 문화센터들을 파괴하기도 한다.



1959년 티베트 라싸에서 대규모 민족 운동이 발생해 이후 티베트 불교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 망명해있다. 달라이 라마는 미국 국회와 유럽 의회 등 국제무대에서 티베트 독립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정부는 티베트에 대한 자치권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티베트 문제를 거론하는 외국에 '내정간섭'을 말라고 한다. 중국은 티베트고원의 수자원 통제권을 쥐고 이 지역을 놔주지 않을 모양새다. 만년설과 빙하로 덮인 해발 4000m 이상의 고지대인 티베트는 황허, 양쯔강, 메콩강 등의 발원지다. 매년 아시아 각국으로 4000억톤의 식수를 공급하는 '아시아의 식수탑'으로 불린다.

미국은 지난달 티베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 행위를 거론하며 관련된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부조리한 이유로 미국 외교관과 언론인, 관광객의 티베트 출입을 막고 있단 게 이유다.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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