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주식 유튜브 따라해 돈 벌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인지 기자 2020.08.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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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과 대박 오가는 주식 유튜브-①]한달에 1000만~1억원씩 수입. 그 가치는?

편집자주 주식 유튜브 전성시대다. 초보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브를 통해 투자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인기 유튜버들은 순식간에 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도 번다. 누구나 카메라만 있으면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전문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예전보다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입담’을 무기화한 주식 엔터테이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주식 유튜브의 세계를 조명해본다.



#20대 직장인 A씨는 월급을 모아 재테크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근처 증권사를 찾았다. 주식에 대해 잘 모르니, 간접투자인 펀드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A씨는 창구 직원에서 펀드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창구 직원이 A씨에게 준 것은 펀드 리스트와 수익률이 적힌 종이 한장 뿐. 개별 펀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자 창구 직원은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A씨는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주식을 공부해서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산가들이야 증권사에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 몰라도 초보 투자자를 위한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출퇴근 시간에 재테크 유투브를 보면서 투자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목에 대해 토론하다보면 허황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이런 소문을 모르는 것보단 아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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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를 통해 주식 투자에 입문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자들은 20~40대가 가장 많다. 사회 초년생, 또는 그동안 종잣돈을 모은 새내기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주식을 해본 경험이나 지식이 없다. 증권사 계좌개설을 비롯해 주식 매매주문 같은 기초적인 업무는 물론이고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자산비율) 같은 증시 용어도 모른다.



주식 설명도 쉽고 재밌게…월 1억 버는 유튜버도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권업계에서도 다양한 투자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딱딱하고 지루하다. 반면 유튜버들은 매수와 매도를 바꿔 넣어 손실을 입은 헤프닝 같은 스토리를 잘 담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삼성전자나 LG화학처럼 아는 주식만 조금 해보고 싶은 초보자에게 적격이다.

그렇다고 유튜브에서 초보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도 아니다. 단타기법이나 종목선정 방법, 유망업종, 매크로 경제흐름 등 수준에 맞춘 메뉴가 다양하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으나 현재 유튜브 투자콘텐츠와 관련해 꾸준한 활동을 펼치는 이들은 백 여명 정도고, 이들이 양산하는 콘텐츠의 구독자는 100만~200만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유명한 주식 유튜버로는 ‘슈카’가 있다. 80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슈카월드’라는 토크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 펀드매니저, 채권 프랍트레이더 경험을 살려 투자 이야기에 전문성을 넣었다. 알기 어려운 경제이슈를 보다 쉽게 해설해주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독자 27만명의 창원개미도 있다. 20대 중반 흙수저에서 출발한 전업투자자인 그는 500만원으로 6억원을 만들었다고 해 유명세를 탔다.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원금 600만원, 1000만원, 1200만원의 손실을 연이어 보고, 급기야 주식담보대출까지 모두 날리는 등 큰 시련을 겪은 후 재기에 성공했던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놔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2018년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 벌써 90만 구독자를 모은 신사임당도 유명하다. 그는 쇼핑몰 운영 노하우 뿐 아니라 부동산, 주식투자 등 재테크 전반을 다루는 멀티 플레이로 성공을 거뒀다. 방송사 PD 출신이지만 자막이나 그래픽 첨부 등 편집 노하우를 버리고 프로그램 콘텐츠를 살리는 쪽으로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이 유튜브 방송 하나로 월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벌어들인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대목이다. 유튜브 수익만 월 5000만원인 신사임당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엔 핸드폰으로도 고화질의 영상을 찍을 수 있어 소규모 자본으로도 누구든 유튜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유튜버들에게 쏠리는 이유에는 증권사들의 불친절함도 있다.

코스닥과 코스피에는 총 2200개 이상의 상장기업이 있다. 이 가운데 올 상반기 한번이라도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나온 기업은 700곳 정도다. 상장기업 가운데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 IR(기업설명회)를 하는 곳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상장기업 2/3은 참고할 정보가 전혀 없는 ‘깜깜이 투자’다.

주식 토론방이나 투자카페, 블로그에 만족하지 못한 정보수요가 유튜브로 일시에 몰린 것이다.

증권·운용사도 유튜브 뛰어들었다
유튜브 화면 캡쳐유튜브 화면 캡쳐
상황이 이렇자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최근 유튜브와 네이버TV 등 동영상 투자 콘텐츠 강화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유튜브채널 구독자 8만명 돌파를 기념한 댓글 이벤트를 시작했으며 삼성증권은 애널리스트가 출연해 해외 유망주식을 설명하는 ‘미스터 해외주식’ 시리즈를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유튜브 전문 촬영 엔지니어와 영상편집 전문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주요 투자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튜브를 통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대신증권도 국내외 투자전략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하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수년 전부터 동영상 콘텐츠에 뛰어들었으나 최근에는 유튜브에 쏟는 정성이 부쩍 커졌다. 투자정보는 물론 주식거래 방법 등 기초적인 것까지 유튜브에 의존하는 동학개미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주식 유튜버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권 유튜버의 대표격인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나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등은 투자에 대한 동기 부여, 투자자의 자세 등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최 대표는 "내가 신라젠 주주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주식투자자들이 안전벨트를 매고 투자할 수 있도록 나의 투자 철학,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것이 유튜브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악용한 사기 주의해야…"영상 맹신하면 안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다만 전문적인 투자기관과 달리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다보니 전문가가 아니어도 입담만 있으면 투자 전문가로 주목받는 일이 허다하다. 증권가에서 유튜브의 순기능을 주목하면서도 한편으론 유튜버를 맹신하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이유다.

특히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유튜브를 이용해 유료회원을 모집하는 일도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 ‘600% 폭등예정, 세계를 뒤흔들 신기술, 30조 가치의 특허기술’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쓰는데 이들 조차도 구독자 수가 꽤 된다. 이들은 단기간 매수세룰 형성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차익을 거두고 빠르게 빠져나가는 주가를 급락시키는 경우가 많아 기존 주주들에게도 문제다.

투자 엔터테이너들은 유튜브 재테크 수준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주식을 비롯해 지수선물, 옵션이나 FX마진거래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유튜버들이다. TV 포커 중계를 보는 것처럼 큰 돈을 벌거나, 잘못된 투자로 깡통을 차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준다. 이들은 대신 구독자 증가에 따른 광고수익으로 손실을 만회하지만 이들을 따라하는 피해자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유명 유튜버들은 "영상을 그대로 믿지 말고 본인이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독자수 38만명을 보유한 재테크 유튜버 김작가는 "내가 직접 종목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영상에서 긍정적으로 다뤄진 종목을 따라 사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라며 "항상 말씀드리지만 투자여부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판단해야 할 일이고, 영상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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